한나라당이 4일 대선자금 특검법안을 법사위에 단독 상정하고,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확대에 대해 "기획된 야당죽이기"라고 강력반발하면서 특검법과 검찰 수사를 둘러싼 정국 경색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측근비리 특검'에 대해 적극 검토 입장을 밝히고 나서 야권의 특검 부분공조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열린우리당은 "검찰수사를 봉쇄할만한 긴급한 이유가 있는 것이냐"고 특검안 상정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반면 한나라당이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5대 정치개혁방안' 후속조치로 후원회전면 폐지 입장을 밝혔고, 한나라.민주.자민련 3야 총무가 이날 회동을 갖고 선거완전공영제 등 정치개혁안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합의해 대선자금과 특검 정국의 와중에도 여야간 정치개혁 작업은 급물살을 탈 조짐이다. 최병렬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와 같은 검찰 수사는 분명히 야당을 궁지로 몰아 신당을 띄우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실추된 지지를 만회하기 위해 기획된 야당죽이기"라며 "노 대통령의 이러한 야당파되 기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특히 최도술씨에 대한 수사결과를 볼 때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과 측근비리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는 커녕 은폐, 축소함으로써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대통령 측근비리는 결국 특검밖에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당은 이미 제출한 3개 특검법안을 빠른 시일 안에 통과시킬 것이며, 또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알지 못하는 내용이 나오면 추가로 특검법안을 제출해 중립적인 특검에 의해 시비를 가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 법사위에서 노 대통령 측근 비리 및 대선자금, SK 비자금등 3대특검법을 상정해 심의에 착수했으며, 민주당 의원 가운데 함승희(咸承熙) 의원도 상정에 찬성했다. 민주당 김성순(金聖順)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특검법 상정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미진한 부분에 대해 특검을 할 수 있다는 기존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다만 측근비리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 스스로 수용의사를 밝힌 만큼 법사위에 상정된 특검법안에 대해 여야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야권의 특검법 공조 여부가 주목된다. 김 대변인은 또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해서도 전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면서 "검찰총장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검찰을 압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리모컨 검찰'"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대선자금 문제는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검찰수사에 협조하는게 옳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대로 측근비리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이고 분명한 단서를 담아 정치권이 합의해 특검을 요구하면 수용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당' 김원기(金元基) 창당준비위원장은 "한나라당에 대한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법을 어겨가며 특검법안을 긴급상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수사를 봉쇄할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이태일(李太一) 공동위원장도 "국민들이 지금 알고 싶어하는 것은 대선자금의 진실"이라며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우리 정치가 한 껍질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야 된다"고 한나라당의 수사 협조를 촉구했다. 한편 이날 오후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총무 등 야 3당 총무는 회담을 갖고 완전선거공영제 등 정치개혁 입법을 조속히 추진키로 하고, 국회 정치개혁특위 자문기구로 민간 인사 11명이 참여하는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사무총장은 "중앙당은 물론, 국회의원.지구당 위원장 개인후원회도 전면 폐지하고 대안으로 우편 모금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으며, 한나라당은 법인세 1%를 정치자금으로 기탁해 의석수에 따라 배분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의원도 "기업 헌금은 아예 안받는 것으로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고, `우리당' 김원기 위원장도 최 대표의 `5대정치개혁 방안'에 대해 환영을 표시하면서 "한나라당의 자세가 변한다면 국회의 정치개혁 입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총무회담에서는 내년 총선 이후 책임총리제 실시를 야3당이 함께 검토하기로 하고, 그 전단계로 지구당 폐지,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도 논의해 나가기로 했으나, 지구당 즉각 폐지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부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내부의 반발이 커 당내 이견조율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