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간 달아온 태극마크, 아테네에서 빛내고 싶었는데..." 한국 여자 포환던지기의 간판 스타로 10년 넘게 필드를 호령해온 이명선(27.익산시청)이 지독하게 자신을 괴롭혀온 부상의 악몽을 끝내 떨치지 못하고 소중히 간직해온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지난 92년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뒤 9차례 한국기록을 갈아치우며 `아시아의 마녀' 백옥자의 뒤를 잇는 재목으로 필드의 여전사를 자처해온 이명선은 오른쪽 발목에 끊어진 인대 부상이 점점 악화돼 더이상 태릉선수촌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이명선은 "이제는 쉬고 싶다.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 진한 아쉬움이 남지만 당분간 온전하지 못한 몸을 추스르는데 힘을 쏟은 다음 이후의 진로를 생각해봐야 겠다"고 말했다. 그를 지도하는 익산시청의 이주형 감독은 "현재 몸 상태로는 올림픽 출전이 도저히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안타깝지만 더이상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달 전주 전국체육대회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일반부 10연패의 위업을이룬 이명선은 올해 대구유니버시아드를 포함해 각종 대회에 꾸준히 출전했지만 자신의 최고기록(19m36)에 훨씬 못미치는 17m대 기록에 머물러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그는 "올 한해가 너무 어려웠다. 언제나 열정은 많았지만 그때마다 몸이 따라주지 않아 심리적으로도 많이 위축됐다"고 털어놨다. 현재 한체대 대학원에서 체육심리를 전공하고 있는 이명선은 앞으로 박사과정이나 유학을 통해 스포츠 심리 전문 지도자의 길을 걷는 진로도 신중히 모색하고 있다. 단거리 선수였던 이명선은 충남체고와 충남대를 거치며 투척 종목으로 전환한뒤 지난 2000년 `마의 19m벽'을 돌파하며 세계 수준에 근접해 그해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 육상 사상 최초의 메달 획득이 기대됐으나 9위로 결선에 오르지 못해 꿈을접었고 작년 부산아시안게임과 올 대구U대회에서도 아쉬운 은메달에 그쳤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