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유코스의 대표 구속과 관련,'냉전시대'와 같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 사법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공개 비난한데 대해,러시아가 '내정간섭'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법집행을 둘러싼 논쟁이다. 미 국무부의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호도르코프스키 유코스 사장의 구속과 주식 압류 조치는 러시아 법률 집행에 대한 중대 문제"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의 법 집행이 잘못되고 있다는 미 정부차원의 '준엄한 경고'인 것이다. 이에 러시아측은 이고르 이바노프 외무장관이 직접 반박에 나섰다. "다른 나라의 사법절차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내정간섭 행위로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포문을 연 이바노프 장관은 "미국에서도 초대형 기업들의 스캔들과 CEO 체포가 잇따르고 있지만 자국 내 스캔들에 대해서는 법적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이중잣대(double standard)'를 꼬집었다. 미-러 공방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수면 아래 걸려있는 이해관계가 워낙 큰 탓이다. 미국은 당장 엑슨모빌의 유코스 지분 인수가 지연되는 등 대러시아 비즈니스가 냉각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자본가 군단'의 몰락여부는 미국 기업들의 이해와 직결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입장에선 '푸틴정권의 안정'이 보다 시급한 현안이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푸틴 정부는 미국의 성명에 강력히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육동인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