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정부 정책이 땜질식이고 사후 처방식이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중략)…이번 부동산 대책을 통해 사전에 적기 대응토록 했다."(김진표 경제부총리,10월29일 서울 은행회관) 김 부총리는 지난달 13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가 준비중인 종합적인 부동산 대책으로 부족할 때는 토지공개념제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보름여만에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숱한 비판을 받아온 '땜질식''사후 처방식'대책과는 차원이 다른 종합 대책을 내놨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해석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 등 관련부처 일선 공무원들의 모습은 부총리의 이런 자신감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어보인다. 오히려 여론을 만족시킬 새롭고 충격적인 '뭔가'를 만드느라 하루하루가 정신없는 모습이다. 실제 정부 종합대책이 나온 지난달 29일 바로 그 때부터 '투기 수요를 잠재우기 미흡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정부는 잇따라 '부동산 보유세 중과(重課) 방안'(10월31일) '주택거래신고 어기면 등록세의 5배 수준 과태료 부과'(11월2일) 등 강경한 후속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따지고 보면 김 부총리가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하던 순간부터 지금의 혼선은 예고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부총리는 "언론을 통해 언급된 내용 외에 새로운 대책이 뭐가 있느냐"는 질타가 이어지자 그 자리에서 준비된 발표자료에 없던 '주택거래신고제 연내 도입'카드를 꺼냈고 이 발언은 다음날 각 언론의 1면 톱기사를 장식했다.당시 건교부 실무담당자조차 경위 파악을 위해 부산을 떨어야 했던 정황을 감안하면 한달여를 준비한 '준비된 대책'치고는 너무도 준비가 안돼 있었다. 종합대책 발표 직후부터 계속된 '2단계 대책을 언제 시행할 것인가'에 대한 혼선 등도 준비 부족을 드러낸 또다른 실례일 뿐이다.재경부는 이 과정에서 한번 낸 해명자료를 수거한 뒤 수정 자료를 배포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과천 청사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이래서야 정부 머리 꼭대기에 앉은 투기꾼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지,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진심으로 걱정했다. 김수언 경제부 정책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