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달리던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30일 중도사퇴했다. 지난 2월7일 취임한 이래 약 8개월20여일만의 일이다. 역대 전경련 회장중 최단임기 기록이다. 대졸 평사원으로 입사해 SK그룹 총수까지 올라간 뒤 `재계총리'라고 불리는 전경련 회장에 추대되는 전무후무한 영예를 누렸으나 SK네트워크 분식회계, SK해운 비자금 및 불법정치자금 전달, SK해운 탈세의혹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로 깊은상처를 입고 낙마했다. 손 회장은 취임과 함께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주창하며 재계에 새로운 바람을불어넣고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 및 국민설득에도 앞장섰으나 중도퇴진으로 빛을 잃고 말았다. 손 회장은 취임 직후 SK사태가 불거지고 SK네트워크 분식회계 혐의로 1심에서유죄판결을 받자 투명경영과 윤리경영 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과연 재계를 대표할수 있으냐는 자격시비에 시달렸다. 손 회장은 이런 와중에서도 전경련의 각종 대내외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등 의욕을 보였으나 SK해운 비자금 사태 및 정치자금 문제가 확산되면서 입지가 급격히 약화됐다. 퇴임 약 1개월전에는 경제5단체장 모임 등 공식행사에는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못할 정도로 사실상 `기능마비' 상태에 빠졌었다. 손 회장의 중도사퇴는 재계의 큰 불행이지만 최근 전경련은 회장들이 제 임기를채우지 못하고 불행을 겪는 `흉사'가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의 전 회장이었던 고 최종현 회장은 전경련회장 재임중 암으로 사망했다. 지난 93년 유창순 회장의 뒤를 이어 21대 회장에 취임한 최종현 회장은 재계의신망을 바탕으로 22대와 23대까지 연임하는데 성공했으나 건강이 급격히 쇠약해지면서 23대 회장 임기중인 98년 8월 사망했다. 최종현 회장의 뒤를 이어 24대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한 김우중 전 대우회장도그룹이 공중분해되는 시련속에 회장직을 중도에 그만뒀다.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후 `재계 대통령'이 된 것 같았다며 엄청난 자부심을 가졌던 김 전 회장은 무리한 공격경영의 후유증으로 대우그룹이 분해되고 국가경제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남긴 채 외국으로 떠났으며 지금껏 해외에 체류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전경련 회장들이 불행을 맛본 것은 기업에 대한 투명성과공정성 요구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계가 이런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재계가 이런 불행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기업 스스로가 먼저 달라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