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중심부에서 27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4곳의 경찰서를 겨냥한 최소한 5건의 무차별 동시다발 자살폭탄 테러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국제적십자위원회를 겨냥한 공격은 지난 8월 유엔사무소 공격에 이어 두달만에 발생한 국제기구에 대한 최대규모 공격이자 평화의 상징에 대한 테러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슬람권이 한달간의 라마단(금식월)에 들어간 시점에 일어난 이날 연쇄 자폭사건에 따라 AP통신은 39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또 AFP통신은 최소한 29명이 숨지고68명이 부상했다고 전해 사상자 수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출근시간대에 동시다발적으로 집중된 이날 사건은 지난 4월 종전이후 500여만명거주 바그다드에서는 전례 없는 사건으로 사담 후세인 추종세력의 저항이 미군, 이라크 군.경은 물론 국제기구 등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매우 조직적으로 확대되고있음을 보여줘 바그다드 전역을 공포와 대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 ICRC 자폭사건 = 오전 8시30분께(한국시간 오후2시30분) 바그다드 시내 중심가에 있는 ICRC 본부 건물을 겨냥한 첫번째 자폭사건이 발생했다. AP통신은 이 사건으로 12명이 숨졌으며 1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AFP통신은 적어도 12명이 숨졌으며 22명이 부상했다고 각각 보도했다. ICRC 관계자는 희생자 가운데는 2명의 이라크 경비병이 포함돼 있으며 ICRC에근무하는 15명의 이라크 요원들도 부상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폭탄을 실은 구급차 1대가 적십자위원회 건물 정문을 향해 돌진하다가 바리케이드에 부딪힌 뒤 폭발했다고 전했다. ICRC의 한 경비병은 "구급차가 매우빠른 속도로 달려와서 바리케이드에 부딪힌 뒤 폭발했다"고 전했다. ICRC 다른 관계자는 "평소 ICRC 건물에서 100명 가량의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으나 오늘은 라마단 시작이기 때문에 사건당시 4분의1정도가 출근했다"고 말했다. 나다 두마니 ICRC 바그다드사무소 대변인은 "누가 왜 국제적십자사를 공격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너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테러 공격을 강력 비난한 뒤 ICRC는 1980년 이후 이라크에서 구호활동을 펼쳤다면서 "ICRC는 어떤 정치에도 개입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3층짜리 ICRC 건물 외벽이 자폭 공격으로 크게 파손됐고, 수십대의 차량과인근 가옥 등도 함께 파괴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 경찰서 4곳도 연쇄 자폭공격 받아 = ICRC에 대한 자폭사건이 발생한 뒤 1시간여 동안 바그다드 시내 4곳의 경찰서가 또 다른 자살폭탄 테러 공격을 연쇄적으로받았다. 자폭테러범들은 이와 함께 또 다른 1곳의 경찰서에 대해서도 공격을 시도했으나이라크 경찰의 저지를 당했다. AP통신은 이날 자폭공격을 받은 바그다드 남부 아드-도우라 경찰서에서 15명의이라크인이 숨지는 등 4곳의 경찰서 연쇄 자폭사건으로 27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통 신은 사망자 가운데 미군 1명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자폭공격을 받은 경찰서는 바그다드 시내 알-카드라 경찰서, 알-엘람경찰서 및 알-샤브 경찰서, 알-사이다 경찰서 등 4곳이라고 전했다. 이 통신은 이밖에 자드리야 경찰서도 5번째 목표가 됐지만 다행히 이라크 경찰이 자폭차량 운전자를 사살해 피해를 면했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4곳의 경찰서 피격에 따라 4명의 이라크 경찰과 3명의 민간인 등 적어도7명이 숨졌고 21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특히 알-엘람 경찰서에 대한 자폭공격으로 10명의 미군이 부상했다고 미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밖에 영국 로이터 통신은 미군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알-샤브 경찰서를 겨냥한 공격으로 "8명이 숨지고 수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하는 등 외신들마다 사상자 수가 혼선을 빚고 있어 인명피해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 미군 3명 추가 사망, 종전 후 112명 사망 = 이날 사건에 앞서 26일 밤에는바그다드 인근 아부 가리브 교도소가 박격포에 피습돼 미군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같은날 밤 바그다드 시내를 순찰중이던 미군 2명이 폭탄공격으로 희생됐다고미군 소식통이 전했다. 이로써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1일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한 후 전사한 미군은 총 112명으로 증가했다. ◇공격 배경= 이라크 과도정부의 아흐메드 이브라힘 내무차관은 이번 폭탄공격사건의 배후에는 축출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 27일자 인터넷은 전날 있었던 바그다드 알-라시드 호텔을 겨냥한 로켓 공격이 후세인 추종세력이 감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공격이 적어도 두달전부터 계획됐으며 어느 정도의 사전연습과 감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한편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을 겨냥한 전날 알-라시드 호텔 공격 등 최근 일련의 잇단 공격은 이라크 저항세력이 민심을 잡기 위해 감행한 대담하고 치밀한 테러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은 27일 이라크 저항세력이 이라크에서 가장 안전한곳에 있는 미군과 미국인들도 공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이라크 민심을끌기 위한 목적으로 이번 공격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공격이 저항세력의 전술이 갈수록 정교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뿐만아니라 그같은 공격을 막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강한 의문을 던져줬다고 지적했다. 런던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테러전문가 토비 더지는 "그것은 하나의 쿠데타"라면서 "정치적으로 그들은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이자 바그다드에서 가장 유명한 상징물을 공격함으로써 `우리가 거리를 지배한다. 당신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시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군 교전 이라크인 희생도 증가 = 미군의 이라크 추종세력에 대한 공격도계속돼 바그다드 북부 팔루자에서는 순찰중인 미군 옆에서 폭탄이 터진 뒤 발생한미군의 무차별 응사로 최소한 4명의 이라크 민간인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국군 파병 여부가 주목되는 북부 모술에서는 미군과 이라크 경찰이 후세인추종세력을 급습하는 과정에서 바트당원 1명이 숨지고 8명이 체포됐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