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자골프랭킹 2위 박세리(26·CJ·테일러메이드)가 '성(性)대결'에서 남성의 벽을 넘었다. 박세리는 24일 레이크사이드CC 서코스(파 72·길이 7천52야드)에서 열린 2003동양화재컵 SBS골프최강전(총상금 3억원) 2라운드에서 2오버파를 기록,합계 2오버파 1백46타(72·74)로 공동 29위를 기록했다. 대회 커트라인은 2라운드 합계 6오버파 1백50타(63명).박세리는 무난히 커트를 통과하며 3,4라운드에 진출했다. 지금까지 여자골퍼 중 남자 공식대회에 나가 커트를 통과한 선수는 베이브 자하리스(미국)가 유일하다. 자하리스는 1945년 LA오픈에 출전해 2라운드 후 커트를 통과했으나 3라운드에서 기권,순위가 기록으로 남지는 않았다. 프로 3년차의 '무명'으로 첫날 공동 2위였던 조현준(29)은 1언더파를 추가,합계 4언더파 1백40타로 단독선두에 나섰다. 박세리와 함께 이틀동안 플레이한 시즌 상금랭킹 1위 신용진(39·LG패션)은 합계 1언더파 1백43타로 공동 6위다. 지난 대회 챔피언 양용은(31·카스코)은 첫날 79타에서 이날 무려 14타를 줄인 7언더파 65타(데일리베스트)를 쳤다. 합계 이븐파 1백44타,공동 15위로 치솟았다. 박세리의 3라운드 티오프시각은 25일 오전 10시,동반 플레이어는 한국오픈에서 초반 선전한 이선호(27)와 서종철(29)이다. ◆예견된 커트통과 박세리의 커트통과는 '예견된 것'이었다는 주장이 많다. 코스 길이가 짧은데다 절반 이상이 내리막 구조이고,러프와 페어웨이의 구분이 없으며,치명적인 해저드가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이 코스에서 남녀선수간 '변별력'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그 근거다. 신용진은 "이 코스는 특정선수를 위해 '맞춤 세팅'을 해놓은 듯한 인상이다. 박세리가 2주전 우정힐스CC에서 열린 한국오픈에 나왔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 골프관계자는 "2백야드를 넘는 파3홀이 하나도 없고,파4홀 세컨드샷 거리가 대부분 1백∼1백50야드인 상황에서 남녀선수의 실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여자골퍼로는 58년의 '쾌거'임에 분명하지만 세계골프계에서 박세리의 커트통과를 어떻게 평가할지 두고볼 일이다. ◆2라운드에서는 세리도 긴장 신용진과 양용은이 첫날 긴장했다면,이날은 박세리가 더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다. 전반을 이븐(버디1 보기1)으로 마친 박세리는 13,14번홀에서 잇따라 보기를 범했다. 그린앞에 워터해저드가 있는 13번홀(4백7야드)에서 박세리의 드라이버샷이 왼쪽 벙커에 빠졌다. 그린까지 1백80야드 정도 남은 상황에서 '유틸리티 클럽'으로 벙커샷을 했으나 모래부터 치며 볼은 약 80야드 전진하는 데 그쳐 해저드에 빠졌다. 박세리한테서 1년에 한 두번 볼 수 있을까말까한 실수였다. 박세리는 1벌타 드롭후 친 네번째샷을 홀 50cm에 붙여 보기로 막았지만 그 다음홀에서도 그린미스로 연속 보기를 범했다. ◆일본투어 카시오오픈 초청 거절 박세리가 11월27일 열리는 일본골프투어 카시오월드오픈에 초청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시오오픈 주최 측은 또다른 성대결의 일환으로 박세리,애니카 소렌스탐,로라 데이비스 중 한 선수의 초청을 위해 출전료 20만달러씩을 제시했다는 것.하지만 CJ 측이 박세리의 출전을 강력히 반대,박세리의 출전가능성은 희박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