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거래소 시장에서는 프로그램 매도에 종합주가지수가 단번에 750선으로 주저앉는 급락 장세가 연출됐다. 단기간에 780선에 근접할 정도로 상승 속도가 빨랐던 만큼이나 가파른 하강 곡선을 타는 양상이다. 이날 주가 급락은 순매도 금액이 2천652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된 데에서 직접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뉴욕증시가 크게 하락한 데 이어 나스닥 선물이 두 자리 수의 낙폭을 보이고 있는 데다 일본 증시도 장중 4% 이상 폭락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 붙었다. 특히 선물시장에서 개인의 대규모 순매도로 현.선물간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시장 베이시스가 급속히 축소되면서 대형주 위주의 차익 물량이 대거 출회돼 지수 하락을 부채질했다. 외국인이 1천억원 넘게 순매수를 이어가고 개인 투자자도 15일만에 `사자'로 전환, 지난 4월1일 이후 최대 규모인 2천46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저가 매도 물량을 수동적으로 받아가는 패턴이어서 지수 방어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고 풀이하고 "미 증시가 4.4분기 기업 실적 우려감으로 하락하면서 해외 경제지표 호전을 배경으로 불안한 상승 흐름을 타던 국내 증시에 대한 불안감도 팽배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외국인 매수세가 여전한 만큼 주가가 하향 곡선상에 놓여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예상하고 "그러나 최근 780선 문턱에서 밀려나는 상황이 반복됐고 새로운 모멘텀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박스권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주가가 단기 급등한 상황에서 미 증시의 하락으로 큰 폭의 조정이 진행됐다"고 해석하고 "기업 수익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오는 30일 발표 예정된 미국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조만간 증시가 안정을 찾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 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