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법인세 인하는 경쟁력 차원에서..全周省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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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들어 법인세 인하 만큼 곡예를 벌인 정책 사안도 드물다.
임기 출범 후 부총리가 의욕적인 법인세 삭감안을 내놓았지만 곧바로 대통령이 뒤집었다.
지난 여름에는 거꾸로 부총리는 세금 인하를 반대하고 대통령은 한번 생각해 보자는 식의 엇갈리는 입장을 보였다.
두 분의 견해 차가 컸다기보다는 그 만큼 생각할 변수가 많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인세 인하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다.
경기도 어렵고 예민한 정치 일정도 잡혀 있는 상황이라 의외로 쉽게 1∼2%포인트 정도의 세율 인하가 합의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대안은 경기에도 별 도움이 못 되면서 정작 나중에 제대로 된 정책을 펼 소지만 좁힐 수 있다.
어떤 정책을 펴려면 목표와 동시에 이것이 초래하는 비용을 따져야 한다.
법인세 인하의 1차적 비용은 세수 삭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세수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근접하기 때문에 1%포인트의 세율 인하라도 세수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번 인하한 세율은 다시 올리기 힘들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공적자금 비용,연금재정 적자 등 가뜩이나 재정건전성이 위협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세수를 낮추는 것은 기회비용이 매우 큰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인하를 주장한다면 논거가 뚜렷해야 한다.
우선 경기부양 목적의 세율 인하는 적절한 선택이 아니다.금리인하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자본 비용을 더 깎아준다고 투자가 활성화될 것 같지 않다. 기업정책을 정리해 투자환경의 불확실성부터 줄여야 한다. 굳이 세제 유인을 제공한다면 투자세액공제와 같이 신규 투자에만 제공되는 혜택이 세수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이런 의미에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15%로 올려주고 연말까지로 시한을 못박은 정부안은 옳은 선택이었다.문제는 제목만 임시지 늘 시한을 연기해왔기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다. 최근 들어 이 시한을 다시 연기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뢰 없는 정책이 효과 없다'는 강의 사례가 생겨 반갑긴 하지만 한편으로 한숨 나오는 일이다. 당장 아쉽더라도 예정대로 제도를 없애고 나중에 필요하면 정확한 시한으로 다시 실시하면 된다.
단기적인 사유와 무관하게 보수 이데올로기의 차원에서 법인세 인하를 생각할 수는 있다.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정부지출 삭감은 현실적으로 저항이 심하다.
이 경우 세수 자체를 줄여 압력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이미 충분히 큰 정부를 경험했던 나라들에 적합하다.
이념과 관계없이 정부지출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 사정과는 거리가 있다.
소득과세의 형평성 측면에서 제기되는 논쟁은 찬반 논리는 정연하지만 실속이 별로 없다. 어차피 투자자 수준에서 소득세를 내므로 법인세는 이중과세라는 논리는 현실에서 자본소득이 근로소득과 동일한 수준으로 과세되는 걸 전제로 한다. 대부분의 나라가 법인세를 자본과세의 안전판으로 유지하는건 그 만큼 조세제도에 구멍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인세를 없애기 보다는 세금을 제대로 낸 경우 이중과세를 해소해주는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다.결국 과세형평을 이유로 법인세를 논하려면 현행 제도가 제대로 움직이는 지를 보면 된다.
이런 논의에서 정작 유의해야 할 점은 눈에 보이는 세금과 실질적인 부담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동이 가능한 자본에 대한 과세는 노동이나 토지에 전가되기 쉽다.
자본 이동이 쉬운 유럽연합 국가들이 자본과세를 낮추는 것은 복지 열정이 식어서가 아니라 정책의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법인세율을 낮출 근본적 이유는 시장개방에서 찾아야 한다. 높은 세율이 경쟁력에 부담이 되는건 부인하기 힘들다. 이 경우 기업들은 실제 부담을 높은 가격과 낮은 임금 형태로 떠넘기려 할 것이다. 효율과 형평이 함께 깨지는 상황이다.이런 차원에서 세율을 인하한다면 서두를 이유가 없다.세수확보에 대한 충분한 대안과 통상 및 투자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밑그림을 생각하며 차분히 따져야한다. 물론 이 때는 1∼2%포인트가 아니라 3∼4%포인트 정도의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지금 찔끔거리며 정책여력이나 소진하는 즉흥적 세율인하는 자제해야 한다.
jjun@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