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방침 발표이후 외국인 투자자의 "식성"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그 전까지만해도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편식했다. 그러나 자사주 소각이란 호재성 재료가 발표된 지난17일 이후엔 오히려 삼성전자를 팔아치우고 있다. 대신 한동안 멀리하던 "옐로칩"(중가우량주)에 눈길을 주고 있다. 자사주 취득기간에 주가의 하방 경직성이 커지는 점을 이용,외국인들이 종목 교체에 나선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집중 매도 외국인들은 20일 삼성전자 주식 5백1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금액 기준으론 순매도 1위다. 외국인들은 지난 17일에도 삼성전자 주식 6백29억원어치를 팔아 순매도 1위에 올려놨다.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4천7백47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과는 정반대 움직임이다. 회사측의 자사주 취득방침이 외국인들에게 '팔 기회'를 준 것으로 분석됐다. 성낙규 대우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취득기간엔 매수 예정가격과 수량이 사전에 공개된다"며 "그동안 삼성전자 주식으로 재미를 봤던 외국인 입장에선 주가 급락에 대한 부담없이 보유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외국인 매물이 곧바로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과거 네 차례의 자사주 매입기간 중 외국인이 세 차례나 주식을 팔았지만 그 때도 주가는 올랐다"며 "삼성전자 주가는 경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입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옐로칩에 '러브콜' 그동안 삼성전자에 가려 있던 LG전자 삼성전기 등 옐로칩은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날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삼성전기 4백62억원어치,LG전자 1백80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지난 17일에도 이들 종목은 나란히 외국인 순매수 1,2위에 올랐다. SK㈜ 호남석유 삼성화재 등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랭크됐다. 한태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45만원대라는 것은 과거 기준으로 보면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대라는 의미"라며 "외국인의 관심이 그동안 못 올랐던 옐로칩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단순 순환매라기보다는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와 삼성전기는 오는 23일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실적이 개선됐다는,삼성전기는 사상 최악의 시기가 지나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후식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호전으로 정보기술(IT)주의 실적에 대한 믿음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정환 SK증권 연구원은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고치에 근접하면서 조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그동안 상승장에서 비껴서 있던 종목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강조했다. 관심종목으론 현대차 기아차 LG화학 LG LG상사 호남석유 삼성테크윈 등을 꼽았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