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그룹과 기업들의 실적전망이 대략적으로윤곽을 드러내고 내년 경영전략 마련을 위한 준비가 속속 진행되면서 연말 또는 새해 초에 실시될 재계 인사에 서서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이라크 전쟁, 극심한 내수부진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기대이상의실적을 올린 기업들은 벌써부터 `논공행상'이 거론되고 있으며 새로운 사업분야 진출과 구조조정에 따른 `새판짜기' 인사도 예상되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대부분 올해 말이나 내년초 인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지만 노무현 대통령 재신임 등 정치적 변수와 세계경기 본격 회복여부, 환율 등불투명한 경제변수도 많아 인사시기는 예년보다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분석되고 있다. 삼성은 예년처럼 내년 1월 사장단 인사와 임원인사를 순차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올해 어려운 경제상황속에서도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경영목표를 달성할것으로 보여 인사 분위기도 밝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3.4분기를 토대로 올해 실적을 전망하면 대부분의 계열사들이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런 경영성과는 인사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실적이 좋았던 해는 `사장단 소폭'-`임원진 대폭' 승진이라는 인사패턴을 보였지만 비상경영 체제하에서 위기의식 재무장이 계속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인사방향을 전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의 승진이 관심거리지만 이 상무가 연초에 진급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LG는 구자홍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김쌍수 부회장이 CEO를 맡고 있는 LG전자의 인사가 관심거리다. LG전자는 12월 중순께로 예상되는 정기 인사를 대비해 임원급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보다는 김쌍수 부회장이 전문경영인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게 될지, 구씨 일가에서 대표직을 다시 맡게 될지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구씨 일가가 맡게 될 경우 일각에선 구본무 LG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G전자 관계자는 "구미에 6세대 LCD 라인을 건설하고 파주에 LCD공장 설립허가를 받아 LCD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구 사장이 LG필립스LCD를 떠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룹 내부적으로도 구 사장은당분간은 LCD 부문에 전념하는 것으로 정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홍 전 회장이 소그룹 회장직을 맡을지가 관심을 끄는 LG전선의 경우 현재공정거래위원회에 낸 계열분리 신청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4월께 그룹신고를 할 예정인 만큼 구 회장이 소그룹의 CEO를 맡는다 하더라도 그 시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나 4월 그룹신고 시기를 즈음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분식회계와 비자금 사태에 따른 회오리 바람속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SK의 인사는 재계의 최대 관심사다. SK관계자들은 "오는 2005년까지 기존 경영진이 책임경영을 한 뒤 그 결과를 묻겠다고 밝힌 지난해 11월의 '제주선언'이 여전히 유효한 데다 비상사태를 맞아 조직을 안정시키고 임직원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바람직하지않다는게 최고경영진의 판단이기 때문에 인사태풍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SK 안팎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오너십 안정과 그룹의 대대적인 환골탈태가 불가피하며 이에따라 'SK비자금' 사건 등과 관련해 원로급 전문경영인들의 대폭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 SK 관계자는 "그동안 정기 임원인사를 대체로 2월께 실시해왔으나 올해 임원인사는 지난해 12월에 실시한 바 있어 이번 정기 임원인사도 연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8월말 부사장급 이상 수뇌부 10명에 대한 인사를 전격 단행했기 때문에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이뤄질 정기 승진전보 인사 때는 이변이 없는한 부사장급 이상은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올 초 이뤄진 정기 인사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모두 118명의 임원급 승진이 이뤄졌는데 이번 인사에서는 이보다는 인사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전반적으로 3세 경영체제가 강화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지난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포진한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33)씨를 비롯한 '로열패밀리' 4명의 승진 또는 자리 이동이 있을지가 주목되고 있다. 한진그룹은 예년처럼 내년 1-2월께 그룹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관례대로 항공, 중공업, 해운, 금융 등 4개 소그룹별로 독자적인 인사를 실시할예정이며 주력회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부문별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처음으로 도입한 소사장제도를 더 활성화해 안착시키는 계기로 삼을 예정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올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이라크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내년에는 기업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쪽에 역점을 두고 임원인사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아직까지 인사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이 잡히지 않은 상태지만 사업평가가 연말에나 끝나기 때문에 임원인사는 이르면 연말 늦으면 연초가 될 것으로보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인사폭을 거론하기는 어려우나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승진 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효성은 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나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예년과비교해 볼 때 내년 2-3월께 임원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 단계씩 상승한 조현준 부사장, 조현문 전무, 조현상 상무 등 3세들의승진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부그룹은 올 3월과 7월에 각각 제조업과 금융부문의 인사를 단행한 만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올해 말과 새해초 계열사 인사는 없을 전망이다. 올해 말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인 금호그룹은 박삼구 회장 체제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고 안착단계에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마무리와 미래 성장동력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임원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