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 marcos.gomez.mg@bayer.co.kr > 한국생활이 즐거운 나에게도 부임 초기 한국인들과의 즐거운 자리가 간혹 당황스러운 자리로 변할 때가 있었다. 이런 어려움은 내 잘못도,한국인 친구들의 잘못 때문도 아니었다. 그것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다른 식습관' 때문이었다. 유럽에서는 어릴 때부터 식사 중에 절대로 씹고 마시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훈련시킨다. 일종의 예절인 것이다. 오죽하면 독일인들은 감자칩도 소리없이 먹는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식탁에서는 즐거운 대화소리만이 허용될 뿐이다. 그런 환경에 익숙한 내가 처음 한국 식당에서 식사를 했을 때의 문화적 충격은 거의 전기고문에 가까웠다. 어릴 적부터 내 머릿속에 들어있던 문화적인 코드가 송두리째 흔들린 것이다. 뜨거운 국수를 먹을 때 상황은 더욱 나빠지는데,'후르륵' 하고 국수를 넘기는 소리와 국물을 마시는 소리가 마치 베토벤의 합창교향곡과도 같이 크게 느껴졌다. 이런 몇 차례의 충격을 겪은 후 나는 이런 극명한 차이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후 TV에 나오는 라면광고가 '후르륵' 소리를 강조해-심지어 국물을 마신 후에는 '아!'라는 찬탄어가 곁들여진다-맛을 전달하는 것을 보고 '바로 이거구나!'했다. 한국에서 어언 4년이 지난 지금,씩씩하게 소리를 내며 국수를 먹는 나를 발견할 때면 웃음을 금할 수가 없다. 나의 이런 이야기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불쾌감을 주기 위함은 아니다. 단지 서로의 차이를 알면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만약 당신 식탁에서 누군가가 계속 큰소리로 코를 푼다면 당신은 어떻게 느끼겠는가. 우스운 것은 서양에서는 식탁에서 코 푸는 행위가 용납된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이런 이해를 하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나는 독일에 출장가는 바이엘 직원들에게 독일에서 식사할 때 이런 점을 주의하도록 충고했다. 그가 나의 충고를 불쾌하게 생각했을지는 모르지만,이런 문화적인 차이로 그의 능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처럼 상대방과의 문화적 차이를 몰라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준비하는 것,그것도 글로벌화의 일환이 아닐까. < 바이엘코리아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