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토지공개념 우려되는 이유 .. 高鐵 <주택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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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 안정이 최대 경제 현안으로 떠올랐다.
노무현 대통령은 급기야 지난 13일 종합부동산대책으로도 가격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강력한 토지공개념의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지난 88년 도입된 토지공개념제도는 크게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등으로 이 중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지초과이득세는 위헌 판정을 받았고 개발이익환수제는 올해말 폐지될 예정이다.
이렇게 논란이 많은 토지공개념 제도를 대통령이 다시 도입하겠다고 한 것은 부동산 투기만은 반드시 잡아야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 시장상황을 살펴 볼 때 토지공개념 제도를 도입할 시점인지 냉정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필자가 보기에는 현 시장은 과열단계를 지난 거품 붕괴 직전으로 토지공개념 제도를 적용할 단계가 아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5년간 시장에는 연 평균 53만호의 주택이 공급돼 지난 2002년 말 현재 주택보급률은 1백%에 도달했다.
물론 논란이 되고 있는 수도권 주택보급률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화성 동탄, 판교 및 김포, 파주에 들어설 신도시에 향후 4년간 19만호가 분양될 예정이어서 2006년에는 수도권 주택보급률도 1백%에 도달할 전망이다.
수요 측면을 보면 인구감소로 현재 50만호 수준인 주택수요가 2012년에는 40만호 수준으로 줄어든다.
내년 4월 고속철도 개통으로 전국이 1일 생활권이 되고 충청권에 신행정수도가 들어서 공공기관이 이전하면 수도권 주택수요는 지방으로 분산될 것이다.
행정수도가 이전되면 수도권 인구는 2030년까지 22만~38만명이,주택수요는 13만~41만채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 자체만을 두고 보면 불안요인이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문제는 주택시장을 둘러싼 거시경제 상황이다.
2001년 이후 내수경기 침체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의 증가와 저금리가 주택가격 급등의 주요 요인이다.
투기지역지정,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1가구 1주택 요건 강화,보유과세 강화,재건축 조합원자격 전매금지 및 재건축시 소형평형 의무 건설비율제 재도입 등의 투기억제 대책들이 연거푸 나왔으나 일부 강남 주택의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4백조원에 이르는 시중 부동자금의 규모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주택정책만으로 강남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에 한계가 있다.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강남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신도시의 건설과 함께 시중 여유자금이 주택부문에 과다하게 흘러들지 않도록 증권,채권시장의 활성화 등 경제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주택이 대량 건설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이 적정 수준을 초과하면 거품은 꺼지게 마련이다.
어쩌면 지금은 가격상승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기보다는 버블의 붕괴에 따른 경제전반의 위험에 대비해야 할 시점일 수도 있다.
2001년부터 2003년 상반기까지 경제성장률은 17.5%에 그친 반면 서울 아파트가격은 70% 이상 상승했다.
2002년 초부터 강남지역에서 거품현상이 나타났고 서울 일부지역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80년 후반부터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92년 금리 인상,대출 억제,재산세 인상 및 양도소득세 과표 인상 등 투기억제 대책을 시행하였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으로 금융권은 부실채권이 증가하였고 은행이 도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결과 일본은 지난 10년 동안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면 주택투기는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자칫 도를 넘치는 극약 처방이 돼 후유증이 따를 수 있다.
시장경제체제의 틀 속에서 합리적인 부동산 안정대책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주택가격과 시장안정을 위한 종합적인 경제대책과 함께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도 요구된다.
하로동선(夏爐冬煽)의 예지를 본받아야 할 시점이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