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90% 정도가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을침략전쟁으로 보면서도 72.2%는 국군 파병이 국익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학생들의 정치적 성향이 지난해에 비해 급격히 보수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결과는 서울대 사회학과 홍두승 교수가 지난 1학기 수업인 `사회학 연구실습'에서 경희대.국민대.동아대.서울시립대.전북대 등 5개 대학 교수팀과 함께 이들 학교에 재학중인 1천5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8일 밝힌 `2003 한국 대학생의 의식과 생활에 관한 조사연구'에서 밝혀졌다. ◆ 대미의식 = 미국에 대한 호감도를 묻는 설문에는 `별로 호감을 갖고 있지 않거나 전혀 호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견해가 59.8%, `비교적 호감을 갖고 있거나 많은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견해는 40.2%로 조사됐다. 미국의 대 이라크전 원인에 대해서는 `미국이 벌인 침략전쟁'이라는 견해가 88.3%로 압도적이었고, `정당한 전쟁이었다'는 의견은 4.7%에 그쳤다. 그러나 한국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는 `국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72.2%에 달했고,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의견도 4.6%에 달해 학생들 대다수가 파병에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철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64.9%로 많았으나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29.3%로 만만치 않았다. ◆ 정치의식 =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에는 `다소 진보적이거나 매우진보적'이란 응답이 40.8%, `중도'라는 응답이 36.4%, `다소 또는 매우 보수적'이라는 응답이 22.8%였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다소 진보적이거나 매우 진보적'이란 응답이 62.9%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대학생들의 정치성향이 보수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신이 다소(21.5%) 또는 매우(1.3%) 보수적이라는 응답도 22.8%에 달해 지난해11.6%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다소 지지하거나 적극 지지한다'는 의견이 61.1%로 가장많았으나, 지난해 조사에서 지지가 65.9%였고, '잘못했다'가 9.2%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반대'가 23.4%로 높아져 햇볕정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긍정적(2.4%)이거나 다소 긍정적(42.6%)이라는 의견이 45.0%로 나타났고 보통이 34.8%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46.3%가 `보통'이라고 답해 집권 초기 젊은층에게 확실한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는 57.5%가 `폐지는 안 되고 수정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49.3%)이 긍정적인 의견(28.0%)보다높게 나타났다. `지도자의 리더십과 민주적 절차 중 어느 것을 중시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리더십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42.1%)과 `민주적 절차를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41.7%)이 팽팽하게 맞섰다. ◆ 대북의식 = 북한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의 52.1%가`평화적 통일을 해야 하는 한민족'으로 답했으며, `평화적 공존관계'는 26.1%, `경계해야 할 위협국가'는 16.9%, `적대국가'로 보는 시각은 1.6%였다. 북핵사태의 해결책에 대해서는 `체제를 보장하고 석유를 공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50.6%로 가장 많았고, 핵개발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20.6%로 나타났다. `경제봉쇄와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19.6%, `핵시설을 무력파괴해야 한다'는 의견은 3.6%로 조사됐다. 한반도의 핵무기 존재 허용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보유해서는 안된다'가 40%로가장 높았으나, `한반도 보유 허용' 24.8%, `남한 보유 허용'도 23.7%로 조사됐다. 북미간 긴장이 고조될 때 한국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북미 양자를 설득해야한다'는 의견이 70.4%로 가장 높았고, `남북이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20.1%로 집계됐으나, `한미가 공조해야 한다'는 의견은 6.2%에 그쳤다. ◆ 취업과 진로 =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10대 직업은 `4급 서기관 이상 고급공무원'(9.5%), `언론인'(8.5%), `변호사.판사.검사.회계사'(8.2%), `교사.학원강사'(7.9%) 순으로 나타났다. 학부 졸업 후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28.8%가 취업을 하겠다고 응답했으며 고시를 준비한다는 응답이 25.7%, 진학한다는 응답이 23.4%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