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도청 가능성을 부인해왔던 정부가 도청방지용 휴대폰을 비밀리에 사용했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장비를 활용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는 도청방지 휴대폰을 사용한 사실이 없으며 일부 자치단체는 예산만 편성했다가 실제 집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6일 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난 4월초 대통령 경호실이 일부 국무위원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직원에게 별도의 칩이 내장된 비화(秘話) 휴대폰을 지급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증언에 따르면 도감청 우려 때문에 청와대는 이미 비화 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사용해왔으며 기능이 향상된 장비를 지난해말 지급하려다가 여론을 의식해 4월로 늦췄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지난해 4월 1차 추경예산에 부산시,전남도 등에서 비화 휴대폰 구입을 위한 예산을 편성했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를 확인했다"며 "특히 부산시는 올해 비화 휴대폰의 12개월치 이용요금을 예산으로 책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통부가 국가 무선망의 보안체제 구축을 위한 '국가지도 무선망' 계획의 일환으로 비화 휴대폰 예산을 확보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도 "휴대폰 제조업체인 P사가 지난 2월 비화 휴대폰을 개발했으나 국정원의 저지로 시판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국무위원 등이 비화 휴대폰을 사용한 적이 없으며 휴대전화 도감청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이어 "기술 발전으로 미래에 도감청이 가능해질 수 있어 유무선 비화기 개발이 추진된 것"이라며 "국가지도 무선망 사업에 의해 일부 자치단체 예산이 반영됐으나 휴대폰 감청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국민불안을 야기할 수 있어 예산집행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