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엄청난 태풍과 함께 밀어닥친 대내외 충격들은 우리 경제에 긴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최근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총회에 참석한 국제금융계 인사들을 현지에서 두루 접촉하면서도 충격의 장기화에 대비해야할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대외분야로 시야를 넓혀 사안별로 대응방안을 점검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9월의 충격파는 무역과 금융의 양면에서 세계 경제 자체를 흔들었다.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가 우리 농민의 애달픈 죽음 속에 실패로 끝났고,선진 7개국(G7)재무장관은 '환율의 신축성'을 촉구하는 소위 '세미 플라자 협정' 형태의 합의문을 발표해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하였다. 이라크 복구문제로 전 세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서방세계에 대항하듯 감산을 결정하는 등 유가 폭등과 세계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기저에는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이라크 문제가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부시 대통령 집권이후 2백7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없어진 것이 미 대선의 이슈가 되고 있다. 보호주의 분위기가 팽배해지는 가운데,실업의 원인으로 값싼 중국제품의 범람과 위안화 환율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국은 위안화 절상을 위한 양자간 협의가 여의치 못하자 다자간 형태로 압력을 가하고 있는 듯하다. 엔화 절상을 막기 위해 금년에만 7백50억달러 규모의 시장개입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정부는 전략상 '환율의 유동화' 합의문에 동의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엔화 및 주요 아시아 통화가치의 급등을 초래했다. 우리 원화도 엔화 강세와 더불어 미 달러화에 대해 동반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강세에 대해서는 두 가지 대응방향이 지적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지난해부터 심화된 원-엔의 동조화(coupling),즉 1엔당 10원을 중심으로 고착되고 있는 현상이 G7 회담에서 언급된 '펀더멘털에 입각한 환율 움직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현상은 한국사정에 정통하지 못한 일부 역외선물환(NDF)거래자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의 물가상승률,즉 통화의 실질구매력 변화,북핵문제와 신용카드 등 한국만이 지닌 문제,일본경제의 회복세와 대조적으로 한국경제의 회복세가 더디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원-엔의 동조화는 합리적 현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달러약세 추세가 지속되는 경우 어느 정도의 원화강세는 피할 수 없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비가격 경쟁력의 강화 등 독자적인 대비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한편 OPEC는 이라크의 산유시설 복구에 따른 가격폭락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감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 감산이 없다면 여전히 전 세계 원유공급이 수요를 초과함으로써 유가의 지속적 상승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미국이 안보차원에서 이라크 유전지대를 확보한 것과 같이 우리도 안보차원에서 원유 물량 확보 및 가격안정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이 밖에도 대외신인도 및 외국인투자와 관련하여 기타 대내외 상황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10월께 대만의 외국인투자규제 완화로 인한 국내 외국인투자자금의 이탈 가능성,북핵문제와 함께 주변국들의 경기회복에 따라 우리의 입지나 대외신인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질 가능성 등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국가신인도 강화와 외자의 지속적 유입을 위한 정책사항들이 신속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집단소송,자산유동화 등 국회에 계류중인 비정치적 법안들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 이라크 파병문제에서도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한 국가신인도 강화,안보차원에서 원유의 안정적 확보 등 국가의 경제적 실익이 충분히 감안되는 것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환율이나 유가 등의 충격파가 덜 미치도록 경제의 몸통을 슬림화하고 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구조개혁의 가속화,노조문제 등을 종합 검검하고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