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홈런 한 방이 지하철참사와 태풍, 경기침체 등 나쁜 소식들을 모두 날려버린 것 같아 후련합니다." 삼성라이온즈 이승엽(27)선수가 2일 오후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아시아 신기록인 56호 홈런을 날리자 대구시내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시민들은 이날 경기가 오후 6시30분에 시작하지만 오전부터 일찌감치 경기장으로 나와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장사진을 쳤다. 그러나 이미 1만2천석중 8천석의 예매표는 일찌감치 동이났고 나머지 4천석도 판매 시작 1시간여만에 매진됐다.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TV 앞에 삼삼오오 모여 "역사적인 기록이 달구벌에서 탄생할 것"이라며 기대에 들떴다. 경기시작 30여분만에 이승엽이 마침내 56호 홈런 신기록을 수립하자 시민들은 "역시 이승엽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며 목말랐던 기록 갈증을 씻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시 수성구 상동에 사는 시민 신상목(42.회사원)씨는 "국내 경제 사정이 나빠 우울한 뉴스 뿐이었는데 국민타자 이승엽이 아시아 신기록 홈런을 달성, 힘이 솟는 듯 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또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추모(29.대구시 북구 대현동)씨는 "공부하러 도서관에 나와있었지만 마음이 이승엽의 마지막 경기인 '콩밭'에 가 있었다"면서 홈런 소식에 기뻐했다. 이같은 열기는 대구시내 식당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구시 북구 대현동 한 음식점에서는 연휴를 앞두고 편안하게 TV로 경기를 관람하려는 시민들로 북적거렸고 56호 홈런이 작렬하자 손님들이 모두 일어나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또 대구시 수성구 수성동 한 식당에서는 이날 이승엽이 신기록을 축하하는 뜻에서 주류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 잔치 분위기를 만들었고 대구시 북구 침산동 모 식당에서는 손님들이 식사하던 중 홈런이 터지자 밥값을 받지 않고 음식을 계속 내오기도 했다. 이밖에도 시민들은 이승엽 선수의 아시아 신기록 달성 소식을 화제로 삼으며 곳곳에서 밤 늦게까지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 시민 김호근(41.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56호 홈런은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스포츠계에 큰 축제를 뜻하는 것"이라며 "이승엽이 앞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한국에 더욱 활기찬 소식을 전해 줄 것이라 믿는다"며 기대를 부풀렸다.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ms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