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내달 2일 손길승 SK그룹 회장을 전격 소환키로함에 따라 그동안 항간의 소문으로 떠돌던 SK 비자금 정치권 유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지가 주목된다. 검찰은 손 회장을 상대로 2000-2001년 SK해운에서 분식회계 등을 통해 2천억원대의 자금을 장부상에 누락시킨 경위를 파악한 뒤 이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의 사용처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SK해운이 2000∼2001년 차입금 상환 등을 명목으로 1천554억원 상당의기업어음(CP)을 발행했으나 장부상에서 이를 누락시키고, 재작년 600억원 상당의 CP를 발행한 뒤 이를 특수관계사인 ㈜아상에 대한 부실채권이 상환된 것처럼 회계처리하는 방법으로 장부에서 누락시킨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손 회장 소환통보에 앞서 SK해운과 SK그룹 구조조정본부 임원을 상대로기초조사를 벌인 결과, 이중 일부 비자금이 정치권에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SK가 분식회계를 통해 누락시킨 자금이 총 2천억원대에 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1천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는 현대의 비자금 규모를 훨씬 넘어설 가능성도 있는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수사는 SK가 분식회계를 통해 숨겨놓은 2천154억원 가운데 비자금으로 바뀐 자금의 정확한 규모를 계산해낸 뒤 자연스럽게 정치권으로 유입된 자금의 행방을 추적하는 쪽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안대희 대검 중수부장도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고발한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못박아 정치권으로 유입된비자금이 초점이 될 것임을 분명히했다. 검찰이 SK 비자금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 8월 증선위가 SK해운을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대검에 고발한 사건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검찰이 증선위고발 전에 이미 SK 비자금에 대한 내사를 벌인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처음부터 검찰의 표적은 정치권이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검찰에서 진행중인 비자금 수사의 본류가 정치권에 제공된 비자금의 규모를 밝혀내고 이를 수수한 정치인을 사법처리하는 것인 만큼 SK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 의혹 또한 사실로 밝혀질 경우 또한번 정치권에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SK해운이 총 2천억원대에 달하는 자금의 사용처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 제출을 금감원으로부터 요구받자 이를 거부하고 고발을 택한 배경에 손 회장이 개입했는지 여부가 드러날지도 관심거리다. SK측은 자료가 폐기됐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오랜 기간 SK해운을 경영했던 손회장이 총 2천억원대의 분식회계 및 이를 통해 조성된 자금의 사용처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자료제출 거부와 비자금 정치권 유입 의혹 사이에 모종의 상관관계가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