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4일 정기총회에서 감산을 전격 결정하자 내림세를 타던 국제유가가 즉각 급등세로 돌아섰다. 감산 규모는 총 쿼터량의 3.5%에 불과했지만 당초의 예측을 뒤엎은 조치여서, 국제원유시장은 물론 국제금융시장에까지 커다란 충격을 줬다. OPEC측은 이번 결정이 이라크가 90년 걸프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OPEC 회원국으로 복귀하면서 예상되는 증산을 고려, 바스켓가격의 적정선인 '배럴당 25달러' 붕괴를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다수 전문가들도 국제유가의 이상 급등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저유가를 발판으로 경기회복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세계경제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예상 뒤엎은 감산 결정 =회원국 대표들은 총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생산량 동결을 시사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생산국 장관과 아브라힘 바르 알 울름 이라크 석유장관과의 회동 직후 감산 조치가 전격 결정됐다. 울름 장관이 전후복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석유 생산량을 최대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데 대한 대응조치라는게 월스트리트저널의 설명이다. 울름 장관은 기자회견에서도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2005년까지 하루 평균 3백50만~4백만배럴, 오는 2010년까지는 6백만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도 내년 4월까지 하루 평균 1백만배럴 정도를 늘려, 2백80만배럴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이라크전쟁 직전 이라크의 하루 원유수출 물량 2백만배럴보다도 80만배럴이 많은 것이다. OPEC 회원국들이 공급과잉으로 인한 유가급락을 우려했던 이유이다. ◆ 유가급등, 가능성 낮다 =OPEC의 감산 발표 직후 첫 거래에서 국제 유가는 크게 출렁거렸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감산인 데다, 원유 수요가 늘고 있는 동절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OPEC 감산 결정이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스켓 가격의 평균선인 배럴당 25달러를 지키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바스켓 가격은 이달 초 29달러선에서 현재 25달러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OPEC측도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번 감산 조치의 목적이 '적정 가격' 유지임을 거듭 강조했다. 압둘라 빈 하마드 OPEC 의장은 총회 후 "세계 경제가 4분기에도 급격한 회복 가능성이 낮은데다, 이라크의 석유 생산이 극적으로 회복돼 감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라파엘 라미레즈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우리는 앞으로 유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방어하기 위한 결정이다"고 말했다. PFC에너지의 로거 디완 애널리스트는 "이번 감산량이 유가 급등을 가져올 정도로 큰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24일의 국제원유시장 반응은 지나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러시아 등 비OPEC 회원국들이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OPEC이 정한 바스켓가격 상한선인 배럴당 28달러선은 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당분간 유가상승은 불가피해 환율쇼크에 이어 세계경제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