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은 '태극낭자'들이 프랑스에 패해 8강 진출의 꿈이 희박해졌다. 안종관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RFK스타디움에서 열린 2003미국여자월드컵축구대회 B조 조별리그 프랑스와의 2차전에서 골게터 마리네 피숑에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 0-1로 패했다. 세계의 벽을 실감한 한국은 이로써 2패를 기록, 남은 노르웨이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크게 이기고 브라질(2승)이 프랑스(1승1패)를 꺾을 경우 3팀이 1승1패로 동률이 돼 골 득실을 따져 8강 티켓을 쥘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은 남겨뒀다. 골 결정력 난조가 너무나 뼈아픈 한 판이었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한국은 배수진을 치고 투지를 불살랐으나 마무리 부재의 암초를 뛰어넘지 못했다. 한국은 이날 전반 패스 타이밍을 놓쳐 역습 때 얻은 찬스를 살리지 못하거나 센터링은 물론 상대 수비수 사이로 찌르는 스루패스도 최전방 공격수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부정확한 패스로 도중 차단당해 수차례 역습을 허용하는 문제점도 드러냈다. 이지은과 박은선이 다시 한번 투톱으로 호흡을 맞춘 한국은 전반 2분 피숑에 먼저 슈팅을 내줬으나 탐색전이 끝나가던 7분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이지은이 왼쪽에서 득점 루트를 닦던 한국이 왼쪽 코너킥 지점에서 프리킥을 얻어낸 것. 이지은이 올린 프리킥에 속도가 붙자 박은선이 파포스트쪽으로 두 세 발짝 이동하다 치솟아 헤딩슛했지만 볼은 오른쪽 골문을 살짝 벗어나 아쉬움을 샀다. 이후 양팀은 밀고 밀리는 미드필드의 기세 싸움 속에 시소게임을 벌인 가운데 한국은 31분 이지은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깔아찬 프리킥도 무위에 그쳤다. 한국은 후반들어 경기의 흐름을 쥐는 듯 했으나 잇따라 맞은 득점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피숑의 한 방에 무너졌다. 한국은 7분 김결실이 왼쪽을 파다가 올린 센터링을 박은선이 골지역 정면에서 헤딩슛한 게 상대 골키퍼 셀린 마르티가 오른쪽으로 몸을 던지며 손으로 처내 땅을쳤다. 1분 뒤 이지은도 후방에서 올라온 패스를 잡아 마르티와 1-1로 맞선 상황에서 강슛을 날렸지만 정면이었다. 이후 한국은 공격의 속도를 높였고 안종관 감독은 최고참 이명화와 진숙희를 투입, 승부수를 띄었으나 39분 세트플레이에서 잘 버텨주던 수비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실점을 허용, 고개를 떨궜다. 프랑스는 페널티지역 앞쪽에서 얻은 프리킥 때 피숑이 볼을 잡아 터닝슛,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위싱턴=연합뉴스) 권 훈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