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공학한림원(회장 이기준)이 공동 주최한 '제3회 한경·공학한림원 원탁토론회'가 '우리가 진정 IT(정보기술) 선진국인가'라는 주제로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최근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대표의 주제발표에 이어 김진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이기원 삼성전자 CTO전략실장(부사장),송정희 정보통신부 IT정책자문관,임주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사무총장이 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 주제발표 ]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대표=2002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한국의 IT 발전상이 핫 이슈였다. "세계 IT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등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우리가 진정한 IT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은 결코 아니다. 우선 IT산업의 기반인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HW) 분야의 경우 외국 제품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IT 서비스의 핵심인 콘텐츠의 양적,질적 수준도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이용 행태에도 문제가 있다. 한국의 인터넷 사용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대부분이 게임 채팅 음란물 등을 이용하는 데 쓰인다. 소비적 측면에 너무 치우치다 보니 창조적 콘텐츠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허술한 보안 시스템과 국민 의식도 문제다. 한국이 컴퓨터 바이러스 등으로부터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으며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해킹 경유지로도 1,2위를 다툰다는 점은 부끄러운 일이다. [ 토론 ] ◆김진형 KAIST 교수=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반도체 시장의 4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거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다. 특히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등 차세대 유망 분야의 경우 말할 것도 없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사무총장=지난 5년간 우리나라 무역흑자의 71%가 IT산업에서 나왔다. 온라인게임 분야에선 세계시장의 6.7%를 차지,미국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우리 IT산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본다. 물론 서버 라우터 등 핵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외국에 밀리지만 우리가 모든 IT 분야에서 다 잘할 수는 없다. 1등 할 수 있는 분야를 결정,이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이기원 삼성전자 CTO전략실장=콘텐츠 생산,인프라 지원,콘텐츠 저장 및 관리,소비자에 대한 전달,효율적인 활용,사회적인 제도 지원 등 6가지 요소로 이뤄진 IT 가치사슬을 제대로 갖춰야만 진정한 IT 강국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측면에서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통신 인프라와 이동통신,디지털TV 등 활용기기 분야의 강점을 다른 부분과 효율적으로 연계,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송정희 정통부 IT정책자문관=우리나라는 90년대 통신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이동통신이나 초고속 인터넷 등 인프라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지만 이로 인해 인터넷 소비문화의 첨병이 된 감도 없지 않다. 정부는 대학이 산업현장에서 즉시 활용이 가능한 전문 인력을 육성하거나 특정 분야 인력 양성 및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리=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