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공항에 취항한 대한항공은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강원도와 원주시가 발벗고 나서 승객을 모아준 덕분에 올들어 80%가 넘는 탑승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경상북도 예천공항에 유일하게 취항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울상이다. 탑승률이 45%에 불과해 올해 23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아시아나는 철수 의사를 밝혔고 예천공항은 폐쇄 위기에 놓여 있다. ◆ 잘 나가는 원주공항 =올들어 대한항공 원주∼제주 노선의 탑승률은 80.5% 수준을 기록했다. 여름 휴가시즌(7월17일∼8월13일) 탑승률은 90.9%에 달했다. 탑승률이 높아지자 대한항공은 다음달부터 이 노선을 하루 1편에서 2편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잘 나가는 원주공항도 1년전에는 비행기가 드나들지 않는 '유령공항'이었다. 50%에도 못미치는 탑승률 때문에 적자에 시달리던 대한항공이 작년 5월 노선을 폐쇄한 것이다. 멀쩡한 공항을 놀리게 된 강원도 원주시 등 지자체는 대한항공과 협상을 거듭한 끝에 '탑승률이 70%에 미달할 경우 손실분의 70%를 지자체가 보상한다'는 조건으로 작년 10월말 원주∼제주 노선을 재개하는데 합의했다. 지자체들은 이때부터 원주공항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제주도에 갈 때는 원주공항을 이용하라'는 공문을 공무원들과 산하기관, 공기업 등에 보내는 한편 지역내 초ㆍ중ㆍ고ㆍ대학교에도 '원주공항을 이용하자'는 안내 문서를 발송했다. 원주공항 이용객을 많이 유치한 관광업체에는 인센티브도 제공했다. 제천 영월 평창 홍천 춘천과 경기도 여주 이천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게 시외버스 노선도 조정해 줬다. ◆ 폐쇄위기에 놓인 예천공항 =올들어 세달 이상 운항을 중단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여름 성수기를 맞아 7월24일부터 8월17일까지 임시적으로 예천∼제주 노선을 운항했다. 하지만 탑승률이 53% 수준에 그쳐 적자를 키웠을 뿐이다. 아시아나는 노선을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탑승률이 70%에 못미칠 경우 지자체가 손실분의 절반을 보전해 주기로 했는데 도의회가 이를 틀어버린 만큼 더 이상 적자를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때 예천∼서울, 예천∼제주 노선에 하루 왕복 6차례씩 비행기가 오가던 예천공항이 폐쇄 위기에까지 처하게 된 데는 중앙고속도로 개통 등 여건 악화외에 '지자체의 무관심'도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원주처럼 지자체가 지방공항을 살리는데 힘썼더라면 손실금 지원 문제가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운항중단이 잦아지면서 기존 이용객도 떠나는 등 예천공항이 주민들에게 잊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