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 < 한국펀드평가 대표 > 우리나라 투자자의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불신은 적지 않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자산은 부동산 65.6%, 금융자산 34.4%로 이루어져 있다. 금융자산은 예금 56.4%,보험과 신탁 23.2%,펀드 6.6%,주식 6.5%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펀드 비중이 낮은 것은 바로 불신감 때문이다. 투신사들은 "간접투자상품은 전문가가 운용해 믿을 수 있으며 비용도 저렴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이를 믿지 않으려 하는 고객이 많다. 미국 등 선진 외국의 경우 전체 투자자의 80% 이상이 펀드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은퇴 후 생활자금은 거의 펀드를 활용,마련하고 있다. 이에 반해 올해 들어 주가상승으로 주식펀드가 평균 25% 정도 수익률을 올리고 채권펀드도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4.7%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펀드수탁고는 오히려 줄고 있다. 펀드에 대한 신뢰도가 이처럼 낮은 이유는 뭘까. 첫째 전문가를 믿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초단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되 투자원금을 보장해주길 원하는 비합리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펀드매니저가 종합주가지수 정도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싫어한다. 내가 하면 펀드매니저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둘째 너무 과도하게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이 어떻게 움직였기 때문에 이 정도의 수익률이 생겼다는 설명은 통하지 않는다. 그냥 막무가내로 최고의 수익률을 올리라고 강요한다. 셋째 지나치게 단기투자를 한다.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짧아지고 있다. 적어도 2∼3년 이상 장기간 투자하라는 권고는 투자론 교과서에나 있는 고리타분한 말로 취급한다. 이 같은 걱정이나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펀드에 대해 불신감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분명히 간접투자상품은 모든 금융상품 중에서 가장 투명한 상품이다. 매일 펀드의 투자상황을 알 수 있다. 예금보험의 대상이 되지 않을 만큼 지급보장 장치가 잘 마련돼 있다. 법 규정이 완전히 개정돼 펀드자산을 불법적으로 유용할 가능성도 거의 없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노령화,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출산율로 인해 우리의 노후생활을 점점 암울해지고 있다. 펀드를 통한 장기투자,주식과 채권을 이용한 적극적인 투자,시장침체기에 투자하는 가치투자 등이 결국 노령화사회에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이 경우 펀드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상품이 된다.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매월 몇 십만원씩이라도 주식펀드와 채권펀드에 꾸준하게 가입해나가야 한다. 펀드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으로 투자를 미루면 본인의 노후생활만 불안해질 뿐이다. 펀드는 가장 경쟁력이 높은 선진국형 금융상품이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