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만 되면 나타나는 질환 가운데 대표적인 분야가 알레르기성 비염과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이다. 이들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집먼지 진드기다. 올 가을철에는 집먼지 진드기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집먼지 진드기는 8월말 부터 10월 중순까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다. 특히 습도가 75%일 때 번식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데 최근 비가 자주 내려 대기 중의 습도가 올라가면서 집먼지 진드기가 크게 늘고 있다. 집먼지 진드기로 부터 몸을 보호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 도움말 =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 이상덕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 ] ----------------------------------------------------------------- ◆알레르기의 주범은 집먼지 진드기=집먼지 진드기는 크기가 1㎜도 채 안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사람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각질 비듬 등을 먹고 자란다. 주로 이불 매트리스 옷 등 사람과 접촉이 많은 곳에서 서식한다. 실내 먼지 1g당 5천마리 이상,침대 하나당 2백만마리 정도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먼지 진드기는 사람을 물지않지만 배설물에 들어있는 단백질 성분인 구아닌(Guanine)이나 죽은 진드기의 가루가 사람의 콧속 점막을 자극하고 피부에 닿아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집먼지 진드기로 인한 알레르기 증상은 비염,천식,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 등으로 다양하다. 일본의 경우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의 91.3%가 집먼지 진드기에 의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갑자기 눈물이 나오고 콧물이 흐르면서 쉴새없이 재채기를 하는 일명 '기관총 재채기'나 기침을 하면 집먼지 진드기로 인한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공기 중에 섞여 있던 집먼지 진드기의 배설물 등에 코가 과민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이런 증상을 '코에 나타나는 천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콧물은 투명하고 묽은 게 특징이다. 또 이런 물질이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한다. 가려움증과 함께 일시적으로 피부가 붉어지면서 물집 염증 등이 생긴다. 가렵다고 계속해서 피부를 긁으면 그 부위의 피부색이 갈색으로 변하는 색소침착이 나타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알레르기 물질과 접촉을 차단하는 게 최선=알레르기성 비염의 치료는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재채기,과다한 콧물,가려움증 등의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한다. 콧속에 뿌리는 스프레이 타입도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 뿌리거나 먹는 스테로이드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코막힘이다. 이 때문에 머리가 멍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은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계속해서 재발할 수 있고 만성적인 피부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피부에 물집이 잡혀 있다면 소독된 기구를 이용해 물집을 터뜨린다. 이 때 물집의 덮개 부분을 제거해서는 안된다. 진물이 나온 후 딱지가 앉으면서 치료가 되는 데 집에서 함부로 물집을 터뜨리는 것은 금물이다. 2차 감염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만일 피부염의 증상이 전신에 퍼져 있거나 얼굴 부위에 염증이 심할 때는 경구용 스테로이드를 처방한다. 경우에 따라 스테로이드 크림이나 연고를 바르기도 한다. 면역요법도 있다.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소량 투여해 자극을 가함으로써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치료기간이 2년 이상 걸리고 매달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 아직까지 효율성과 면역효과가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 알레르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알레르기 물질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집먼지 진드기의 아지트인 침대 커튼 카펫 등에서 이들을 박멸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집먼지 진드기가 서식하는 곳을 최대한 청결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 알레르기 비염 등의 환자가 있는 집은 진드기의 주요 서식처가 될 수 있는 카펫,천으로 만든 소파,담요,오래된 솜으로 만든 이불이나 요 등은 치운다. 이 때 먼지가 날아다니지 않도록 비닐로 꼭 싼다. 침대나 천으로 만들어진 가구를 사용한다면 진드기 전용 살충제를 뿌리거나 진드기를 방지하는 천을 씌운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