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는 폐막일인14일 오후 각료선언문 합의에 실패하고 선언문 채택 없이 폐막하기로 했다. 이번 협상 결렬은 이날 오후 2시께 30여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주요 국가비공식 회의에서 아프리카.카리브해.태평양(ACP) 연안 78개 국가들이 싱가포르 이슈를 받아들일 수 없어 선언문 초안에 합의할 수 없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라고 우리 대표단 관계자가 전했다. 당초 일정으로는 이날 오후 1시로 각국 대표 기조연설을 모두 끝내고 오후 3시께부터 폐막식에 들어가 합의된 선언문 초안을 상정해 채택하고 차기 각료회의 개최시기와 장소와 결정한 뒤 오후 6시께 공식 폐막하기로 돼 있었다. 이날 주요국 비공식 회의를 주재한 5차 각료회의 의장 루이스 에르네스토 데르베스 멕시코 외무장관은 싱가포르 이슈 합의가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자 이런 상태로는 합의문 도출이 어렵다며 사실상 결렬을 선언하고, 이날 오후 4시 전체 수석대표회의(HOD)를 거쳐 공식 폐막식을 갖는다는 일정을 밝혔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4개 싱가포르 이슈에 대해 13일 발표된 선언문 초안은 무역원활화, 정부조달 투명성 부문만 즉시 협상을 개시하고, 투자와 경쟁 부문은 농업과 비농산물의 시장접근과 관련된 협상세부원칙이 결정된 이후 협상을 시작한다는 쪽으로 결정됐었다. 당초 첨예한 대립을 보인 농업시장 개방분야로 인해 각국 대표들간에 밤샘 막후협상이 숨가쁘게 진행되면서 하루 정도 폐막식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일단 표면적으로는 농업문제가 아닌 싱가포르 이슈에 대한 이견으로 결렬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일정은 이번 각료회의가 2005년1월1일 시한으로 잡힌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의 중간 점검의 성격을 갖는 만큼 내년 3월께 특별 각료회의를 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료회의 선언문 채택은 전체 회원국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어 형식적으로는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선언문 채택이 안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13일 데르베스 장관이 배포한 선언문 초안은 농산물 관세인하 방식과 관련해 개도국에 대해 최소한의 감축률을 인정받는 특별품목(SP)과 일정 비율의 농산물만 제외하고 급격한 관세인하가 이뤄지는 스위스 공식(높은 관세를 더 많이 감축해 일정수준 이하로 감축하는 방식)을 적용하거나 5% 이하의 저관세를 설정토록 했다. (칸쿤=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