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현대·기아차가 미국시장에서 사상 최대 판매고를 올린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연초 이라크전쟁에 따른 미국 소비심리 위축과 이른바 '빅3(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메이커의 집중적인 견제를 물리치고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지난해 싼타페와 쏘렌토를 앞세운 현대·기아차의 돌풍이 결코 일회성이 아님을 입증했다.


또 현대차의 파업사태가 절정으로 치달았던 지난 8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측면에서 현지에서 현대차의 품질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방증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현대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대의 안정적인 점유율을 확보,미국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는 2005년 이후에는 두 자릿수의 시장점유율을 기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도 듣고 있다.


지난달까지 3.2%(전년 동기대비)를 기록한 현대·기아차의 판매증가율은 같은 기간동안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판매가 각각 9.3%,14.9%,4.2%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특히 돋보인다.


양사가 이처럼 미국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은 미국 빅3의 대대적인 할인정책 등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차종을 고급화하고 딜러체제를 강화한 덕분.


현대차는 기존의 아반떼에서 쏘나타와 싼타페 차종으로 고부가가치 차량판매를 확대한 게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무리한 가격인하 정책보다 본사가 대리점 및 딜러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한 것도 주효했다.


기아차도 93년 미국에 상륙한 이후 99년까지 세피아 및 스포티지 등 두개 차종으로 승부를 걸었으나 2001년 리오 스펙트라 옵티마 카니발 등 4개 차종을 추가하고 지난해부터는 쏘렌토를 판매해 재미를 보고 있다.


현지 판매망 및 딜러의 판매력을 독려하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투자를 아끼지 않은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카니발과 쏘렌토는 각각 1만여대가 출고를 기다리고 있어 현지딜러들로부터 선적을 서둘러 달라는 요청이 폭주하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시장이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높은 실업률로 인한 소비부진 탓에 판매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게다가 GM 등 미국업체들의 공격적 인센티브,도요타 등 일본 경쟁업체들의 신상품 출시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우수딜러 확충 및 신규딜러 모집 등으로 대응키로 했다.


단독판매 전시장도 늘린다는 전략이다.


기아차는 오는 11월 국내 대형차로는 처음 오피러스(수출명 아만티)를 선보여 브랜드 이미지 향상과 함께 판매확대를 노리기로 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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