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번 북핵 6자회담에 임하는 전략의 `알파 이자 오메가'는 납치문제의 돌파구 모색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일본 정부도 물론 북한 핵 및 미사일 개발 포기라는 북핵 6자회담의 핵심사안에 대해서는 한국, 미국과 보조를 맞춘다는 큰 틀에서 이견이 없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선 나름대로 대북 경제지원에 나설 용의도 갖고 있다. 외견상 일본은 처음으로 6자회담이라는 역내 다자안보 협의에 참여하는 만큼,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큰 방향에 외교역량의 조준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일본 정부는 절체절명의 과제라 할 수 있는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한 돌파구를 6자회담의 장을 이용해서라도 어떻게든 마련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6자회담 개최 직전 중국측이 "납치문제는 북한과 일본 양자사이에서 논의하는게 좋겠다"고 확실하게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납치문제를 거론하겠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은게 단적인 예이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수석대표인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국장의 출국에 앞서 그를 불러 '납치문제를 거론하라'고 등을 두드려주기까지 했다. 이는 6자회담 테이블에 반드시 납치문제를 하나의 협상 칩으로 얹어놓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대목이다. 실제로 야부나카 대표는 27일 기조연설에서 북한 핵, 미사일 문제와 함께 납치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대표단은 28일쯤 북한과 별도로 만나, 지난 해 9월 북.일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 찾기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이 이처럼 북핵 6자회담을 지렛대로 납치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이유는 `납치문제 진전없는 북-일 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바탕하고 있다. 내달 17일로 다가온 북.일 수교회담 1주년이 주는 부담감도 일본 정부에는 적잖이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해 일본으로 일시 귀국했다가 눌러앉은 납치피해자 5명의 평양 거주가족들을 하루빨리 일본으로 데려와야 한다는게 일본측의 희망이지만, 북한이 쉽게 응하지 않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북.일 수교회담 1주년 직후 자민당 총재경선을 치러야 하는 고이즈미 총리 입장에서도 6자회담을 통해 `눈에 보이는' 외교적 성과를 얻어낸다면 재선가도에 날개를 달게 될 것이기 때문에, 납치문제에 집착하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일본의 이번 6자회담 전략은 다분히 국내를 겨냥한 성과물 얻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위기이다. 도쿄의 외교소식통은 "일본이 워낙 납치문제를 부풀려 놓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다른 외교사안의 진전을 이루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면서 "이번 6자회담에서 일본의 목표는 납치문제의 돌파구 마련으로 정리된다"고 지적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