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경제가 사상 최악의 지경으로 내몰린데는 지금껏 단 한번도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지 못한 탓이 큽니다." 조합원 8백만명을 거느린 아르헨티나의 최상급 노조단체 노동자총연맹(CGT)을 이끌고 있는 로돌포 다에르(52.Rodolfo A. Daer)위원장.그는 지난 96년 4년 임기의 위원장 선거에 당선된 뒤 2000년 재선에 성공한 아르헨티나 노동계의 최고 지도자다. 다에르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아조파로드가(街) CGT 본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총 외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백%를 넘고 제조업 기반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는 현 상황은 국가 존망을 뒤흔들 정도의 위기국면"이라고 진단한 뒤 "지난 80년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스페인이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경제위기를 수습한 것처럼 아르헨티나도 합의와 약속의 전통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에르 위원장은 잇따른 경제위기에 노조는 책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조가 잘못한 일이 뭐가 있습니까. 우리는 그동안 페소화의 고평가에 대한 우려를 여러차례 표명해왔지만 정부는 말을 듣지 않았지요. 역대 경제위기를 초래한 것은 모두 정부의 실정 탓입니다." 그는 대신 정부의 과감한 변화를 촉구했다. "위기극복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유럽연합(EU) 남미경제공동체(MERCOSUR)와 같은 글로벌 경제에 편승할 수 있도록 강력한 공업력을 육성해야 합니다. 지난 수십년 간의 경험을 통해 공기업 매각 등으로 무작정 해외자본을 끌어들이는 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결론났지 않습니까. 이제는 중소기업을 살리고 수출을 늘리는 제조업 위주의 경기부양 정책을 구사해야 합니다." 다에르 위원장은 이에 따라 지난 5월 출범한 네스토 키르츠네르 정부의 첫 번째 과제로 제조업체 육성과 고용 창출을 꼽았다. 제조업 가동률이 30% 안팎에 머물고 빈민층 수가 전체 인구(3천8백만명)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구조로는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다에르 위원장은 특히 20%를 넘나드는 실업률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또 "전체 근로자들의 40%가 최저 임금(2백50페소)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최저 임금이 실업수당보다 낮다면 누가 일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최저임금을 높여야 근로의욕이 살아나고 노동자들의 구매력도 살아난다"고 나름대로 실업대책을 주장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조일훈·강은구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