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이마트 동인천점 직원 20여명은 매달 두번씩 외딴 섬으로 향한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1시간 넘게 걸리는 장봉도 혜림원.정신지체 장애인 95명이 생활하는 곳이다. 최근엔 신축 건물공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주부사원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동인천점이 혜림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2월.쇼핑을 하다가 차를 놓친 장애인을 한 직원이 인근 부두까지 데려다주면서 부터다. 직원들은 이후 '나누미'라는 동호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사랑을 나누고 있다. 구학서 사장은 윤리경영을 경영이념으로 선포하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특히 강조했다. 남을 배려하는 교육이 부재한 풍토에서 성장한 직원들의 인성(人性)이 조금씩 바뀌어야 윤리경영도 뿌리내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구 사장은 80년대 중반 일본 도쿄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부터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유치원에 보낸 아이들이 공부는 뒷전이고 줄서는 방법,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재난시 대피요령 등을 주로 배워왔다는 것이다. "당시 아파트 6층에 살았는데,벽체가 얇아서 TV만 크게 틀어도 옆집에서 다 들릴 정도였죠.그런데 이웃집들이 너무 조용한 겁니다. 우리만 아이를 키우는 줄 알았는데 나중엔 우리집만 이웃을 생각하지 않고 시끄럽게 산다는 걸 알게 됐죠." 그는 이런 경험을 통해 어려서부터 남을 배려하는 교육이 일본 공무원들의 청렴성이나 기업윤리의 바탕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교육풍토에서 배우고 성장한 신세계 직원들의 인성을 인위적으로 개조할 수도 없는 노릇.구 사장은 직원들에게 사회봉사 활동 기회를 주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사회봉사 활동은 업무의 일환'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초기엔 어느정도 강제적인 방법도 동원했다. 업무시간을 할애해 부서별 점별로 사회봉사 활동을 하도록 한 것. "꼭 업무 시간에 가야 되느냐.네가 할일은 그럼 누가 하느냐"며 눈치를 준 임원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세계 내부에서 사회봉사 활동은 일상화됐고,요즘엔 ㈜신세계에 소속된 백화점 6곳,이마트 55곳을 비롯해 7개 관계사에서 모두 80여개 단체가 매달 1∼2회씩 업무시간을 쪼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업윤리실천사무국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 및 계열사 임직원들은 4천41회에 걸쳐 사회봉사 활동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참여한 연인원만도 3만7천6백13명.이는 2001년 실적(1천9백45회,2만7천2백41명)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기업윤리실천사무국 이병길 국장은 "회사의 지원 경비 90억원에 근무 손실 등을 돈으로 환산해 합하면 지난해 1백20억원 정도가 사회봉사 활동에 투입된 셈"이라고 말했다. 사회봉사 활동이 확산되면서 비공식적인 봉사 동아리도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백화점 본점의 '짱가'와 광주점의 '희망스케치'가 대표적이다. 신세계는 자발적인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이들 동아리에 소속된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으면 해당 금액 만큼 지원해주고 있다. 구 사장은 요즘도 가끔 '윤리경영만 하면 되지 사회봉사 활동에 왜 그리 열심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그의 대답은 분명하다. "남을 도우면서 정서적으로 순화된 직원들이 다른 한편으로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봉사 활동은 단기적으로는 기업 이익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언젠가는 기업과 직원들에게 이익으로 돌아올 겁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