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자금 1백50억원+α'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12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현대측으로부터 1백억원 이상의 자금을 받은 사실을 확인, 13일중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검찰은 권씨를 긴급 체포한 11일 밤샘조사를 벌인데 이어 이날 권씨를 상대로 현대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경위와 대가성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권씨의 동부 이촌동 자택과 권씨의 비서 문모씨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 관련 자료를 확보해 정밀 분석 중이다. 검찰은 특히 권씨가 돈을 받는 과정에서 현대 특혜 대출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현대측이 자금을 조성한 경로 및 전달 방법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지난 11일 밤 '대북 불법송금'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한데 이어 이날 오전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권씨가 이기호 전 수석을 통해 현대측에 특혜 대출해줄 것을 부탁하고 이익치씨가 돈 전달을 담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권씨가 돈을 건네받은 시점이 2000년 4월 초께라는 사실을 확인, 이 돈이 4ㆍ13 총선 자금으로 정치권에 유입됐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전날 김영완씨측이 제출한 자료를 통해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이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전달된 사실을 상당부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권 전 고문은 "2000년 4ㆍ13 총선 당시 1백10억원 가량의 돈을 조성, 선거지원금으로 썼으나 이 돈은 현대 비자금과 무관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의 이같은 진술은 현대측으로부터 1백억원 이상을 제공받은 혐의를 부인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되나 1백10억원의 돈이 권씨에 의해 총선자금으로 조성, 지출됐음을 시인한 것이어서 또다른 파문이 예상된다. 권씨는 그러나 자금 조성에 참여한 인사들의 신원에 대해서는 "평소 민주당을 돕겠다는 뜻을 가진 2~3명"이라고만 밝혔다고 변호인측은 전했다. 권씨는 또 검찰에서 "2000년 3월 김영완씨가 나를 찾아와 현대에서 1백억원 정도 도와주고 싶다고 했으나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기업에서 큰 돈을 도움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말을 듣고 이를 거부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덧붙였다. 이와 함께 권씨측은 김영완씨가 현대 비자금 1백억원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배달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작년 3월 김씨 자택에서 강탈당한 90억원대 무기명 채권이 그 증거라고 강조했다. 권 전 고문은 이에 따라 김영완씨와의 대질을 검찰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씨의 자진 귀국 여부가 불투명해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