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과거에 비해 여러 개별 경제주체들이 단체를 결성하고,단체의 힘을 동원해서 자신들의 이득을 꾀하려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개별 경제주체들이 이득을 추구하기 위해 스스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연말 입학시험철이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교수를 비롯한 교직원들이 아침 6시에 학교에 나온다. 추운 겨울에는 모닝커피 생각이 간절할 때가 많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침 6시에 커피를 끓여서 팔려는 사람이 대학 캠퍼스에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그로 하여금 새벽에 일어나 커피 물을 준비해서 대학 캠퍼스에 나가라고 명령하지 않았어도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즉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이득을 추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서, 즉 교환을 통해서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경제학에선 이윤추구(profit-seeking) 행위라고 한다. 이러한 행위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통해 적정한 가격에 소비자나 수요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좋은 부수효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이윤추구행위는 포지티브 섬 게임이라 하겠다. 이득을 추구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이를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라고 말한다. 이윤추구 행위와는 달리 지대추구 행위는 바람직한 부수효과가 없다. 더욱이 특정그룹의 소득을 또 다른 그룹에 단순히 이전해주는 것 뿐인데,그 과정에서 가격상승과 거래량의 감소와 같은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지대추구 행위는 네거티브 섬 게임이라 하겠다. 경제주체들의 지대추구 행위는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공급을 제한함으로써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인상을 통해서 이득을 추구하는 행태가 보편적이었다. 이 때 공급을 강제로 제한하기 위해 정부의 힘을 이용하는 경우는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지대추구 행위는 정부만이 가진 강제력을 이용하는 사례가 점차 보편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개인으로부터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소득을 강제로 징수해서 또 다른 개인이나 단체에 세금인하나 보조금 형태로 이전해 주는 강제력을 갖고 있다. 이를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정부는 고소득층으로부터 소득을 세금으로 징수해서 저소득층에게 이전해 주는 선량한 로빈후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정부는 로빈후드 역할을 대단히 제한적으로 행사해 왔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개별 경제주체들이 단체를 만들어 정부의 팔을 비틀어 자기 단체의 이득을 꾀하는 지대추구 행위가 점차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대를 추구하는 단체의 입장에서는 소득을 얻기 위해 힘들여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정부의 강제력을 빌려 타인의 소득을 자기들에게 이전하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쉽고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정 단체가 고속도로를 점령한다거나 수출입물자 수송을 방해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볼모로 삼을 때 그 파괴력이 이루 말할 수 없으므로 개별 단체의 요구에 굴복하기가 쉽다. 그런데 이는 더욱 파괴적으로 경제를 볼모로 삼을 수록 정부의 팔을 비트는 효과가 보다 더 확실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메시지를 전파할 우려가 있다. 그러다 보니 개별경제주체들은 교환을 통해 이득을 꾀하기보다는 강력한 단체를 결성해 가지고 정부를 압박해 자신들의 이득을 꾀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제 정부는 개별 단체가 정부의 소득이전 기능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득을 꾀하는 지대추구 행위를 자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부의 팔을 비틀 때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엄정하고 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개별 단체들이 담합된 힘으로 정부의 팔을 비틀 때 정부가 단체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도록 정부를 성원하고 일상생활에서 불편이 있더라도 참아주는 등 협조해야 할 것이다. jsonny@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