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의 참모진은 잊을 만하면 노조의 경영참여제도를 들고 나선다. 그 제안의 실현 여부를 떠나 정부당국자의 잦은 언급은, 이슬비 옷 적시듯 회사경영참여를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로 세뇌시키고 있다. 해외에의 자본이동을 노사공동 결정사항으로 함이 이번 현대자동차 파업의 주요 현안이 되었듯,경영참여요구는 앞으로 모든 노사쟁의의 단골메뉴로 등장할 것이다. 자본가는 투자하고 경영자는 운영하고 노동자는 일하는 것은 자본주의시장체제의 기본질서다.기업의 자율적 결정이면 몰라도 사유기업에 노동자의 경영참여권을 법제화하는 것은 심각한 체제질서 개변의 사안이 된다. 국가전체가 더 이상 이념적 혼란에 빠지기 전에 이런 체제의 원형(原形)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우리 모두 살펴보아야 한다. 1960년대 유고슬라비아는 근로자 자율경영(workers self management)의 경제체제를 선택했다. 종업원 5인 미만은 사유(私有)가 인정되지만 그 이상 기업이면 모두 근로자의 대표체인 근로자평의회가 회사경영을 담당한다. 따라서 근로자는 기업의 실질적 의사결정권자가 되며 그 결과 얻어지는 회사의 수입(earnings)을 임금 대신 배분받는다. 근로자에게는 기업경영의 책임과 권리를 주고, 동시에 자본주의와 계획경제의 폐해를 극복할 이른바 '산업민주주의 시장사회주의 체제'를 기대한 것이다. 참여경제(participarory economy)라고도 지칭된 이 체제는 당시 제3의 체제대안을 찾고 있던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창자들은 이 체제가 노사갈등의 요인을 원천적으로 해소해 생산성을 높이고, 소외된 노동계층에게 '참여'의 가치를 제공하는 인류의 '궁극적 체제'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체제의 문제점이 먼저 나타났다. 우선 창업이 되지 않았다. 어렵사리 창업해보았자 경영권이 모두 종업원에게 넘어가니 관청 은행을 열심히 뛰어 회사를 만들 사람이 없다. 4인 이하 가족사업은 아무리 번창해도 절대로 고용을 늘리지 않았다. 물자부족과 실업사태가 일어날 것은 당연한 이치여서 당시 유고의 물가상승률은 항상 1백%, 실업률은 20%를 넘었다. 근로자경영기업은 마치 국회처럼 운영됐다. 기업 사정이 아무리 나빠도 평의회에 나가 있는 부서 대표자는 소속직원의 해고를 극력 막았다. 해고가 없으면 당연히 고용도 없다. 회사는 필요한 인력보다 정치적 타협에 의해 노동력을 고용 배치했고,노동시장은 유고경제에 어떤 역할도 할 수 없었다. 회사의 전망이 나빠도 근로자들은 당장 더 큰 분배만 요구했다. 체제는 곧 전형적 집단이익경제가 됐다. 똑같은 트럭기사지만 잘 나가는 기업에 속하면 1만 디나르(dinar)를, 허덕이는 기업에 속하면 1천 디나르를 받는 것이다. 개인의 생산성향상 노력도 사회주의 국가이념도 근로자의 이익과는 무관했다. 노동자들은 오직 좋은 집단에 파고들고 그 집단이익 수호를 위해 투쟁할 뿐이었다. 끝으로 참여는 빛좋은 개살구가 됐다. 본시 토론과 참여는 유식한 자만이 향유할 수 있는 가치이다. 근로자일반에게 복잡한 수치와 전문용어 투성이인 경영기술자료는 골칫거리에 불과했다. 이들은 곧 토론장 대신 축구장을 선택했고, 참여권리는 똑똑한 소수가 전용해 여론을 지배하는 수단이 됐을 뿐이다. 70년대 들어 이 체제는 소멸됐다. 이것은 물론 노무현정부 인사들이 구상하는 체제가 아니다. 그러나 향후 노조경영참여 체제의 갈 길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예시하는 지도가 된다. 노사상생의 관계는 기업단위의 뼈저린 경험과 자성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지 정부가 제도적으로 형성할 업적이 아니다. 오늘 노조가 경영권 참여를 얻으면 이를 밑천으로 내일의 요구수준을 보다 높이고, 그리하여 분쟁의 씨앗과 치열한 쟁의만 더 유발할 것이 한국의 노사수준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도대체 노조가 어떤 경영지식 경험 노하우를 가졌다고 첨단경쟁시대 경영전략선택권을 나누겠다는 것인가. 단순이익단체인 이들이 임금인상, 해고저지 말고 의사결정에 참고할 일이 무엇인가. 그런 기업에 투자할 자본은 어디에 있겠는가. 노무현정부는 50% 갓 넘게 득표하여 5년 임기를 맡은데 불과하다. 이제는 이념편향적으로 국가시스템 전부를 고치고 아무에게나 참여권리를 나누어주려는 과욕을 그치고, 현실을 보다 직시하는 정부로 성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