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70% 이상이다. 지난해 4년제 대학 진학률만 해도 50.1%로 남학생(52%)과 거의 차이가 없다. 대학 교육을 받으려는 이유도 '좋은 직업을 갖고자'(37.8%) '소질개발'(37.0%) 등으로 남자와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남자 대졸자의 경제활동률은 89.5%인 반면 여자는 62.0%에 불과하다. 관리직 진출비율은 더욱 형편없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보고서 2003'에서 한국의 여성권한척도(GEM)가 70개국중 63위로 파키스탄(58위)보다 낮게 나온 게 괜한 결과가 아닌 셈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여성인력 활용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깊게 남아있는 '빈계지신'(牝鷄之晨ㆍ암탉 주제에 새벽을 알린다) 식의 사고 및 그로 인한 채용과 인사상의 불평등,가사와 육아를 여성만의 책임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바깥일을 하더라도 집안일은 아내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의 의식 등. 실제 결혼정보회사 닥스클럽이 미혼남성에게 물어본 결과 71.2%가 맞벌이를 원하면서도('아니다'는 12.1%), 가사를 '절반씩 분담한다'는 사람은 9.8%밖에 안되고,대부분 '여유있을 때 돕는다'(38.5%)거나 '가사는 아내의 몫'(33.3%)이라고 답했다는 소식이다. 직업있는 아내를 찾는 이유는 '경제적 안정'(41.5%) '아내도 사회생활을 해야 남편을 이해할 수 있다'(27.2%) 순. 밖에 나가 돈도 벌고 살림도 맡아서 하라는 얘기인데 한사람이 두 가지 일을 모두 잘할 수는 없다. 뿐이랴.사회적인 보육시설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에서 출산과 육아를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그것도 여성의 의무로 여기는 풍토에서 여성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자가 대리로 진급하는 3∼4년차에 여성들은 직장을 가장 많이 그만둔다는 얘기는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남성들의 근보적인 의식변화 없이 여성인력 활용이나 세계 최저 출산율(1.17)을 높인다는 게 얼마나 요원한 일인지 알려주고도 남는다. 맞벌이를 원하면 먼저 집안일부터 앞장서서 할 생각을 해야 한다.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ㆍ내가 원치 않는 일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이라는 말도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