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54세의 황(黃) 선생은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상하이 시내에 설치된 소규모 서적 판매소 사장이 됐기 때문이다. 2년 전 중년 실직의 아픔을 맛봐야 했던 그로서는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황 선생은 "중년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 모두 '4050 프로젝트' 덕택"이라고 말했다. 황 선생의 인생에 전기를 마련해준 '4050 프로젝트'는 상하이 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년실업 재취업 사업.재취업 대상이 40,50대 실업자라는 뜻에서 '4050'으로 명명됐다. 국유(국영)기업 개혁으로 쏟아져 나온 실업자들을 흡수하자는 차원에서 2년 전 상하이에서 시작, 지금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이 프로젝트가 상하이에서 창출한 일자리는 약 6만개.하루 82명의 중년 실업자들이 새 일자리를 찾은 셈이다. 비즈니스도 다양하다. 소형 음식점, 배달 서비스, 세탁소, 가전제품 청소, 무용교습, 서예학원 등 중년 남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두 포함된다. 그래서 '4050 프로젝트'가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하이 시정부 창업지도센터 성주환(盛祖歡) 주임은 "정부와 기업, 실업자들이 모두 참여한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정부는 실업자 재교육 및 일자리 개발을 주도한다. 이를 위해 인터넷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기업은 '4050 프로젝트 업체'에 가급적 좋은 조건으로 물건을 제공하고 또 사준다. 이 프로젝트 성공의 더 큰 이유는 실업자들의 마음 자세다. 중국인들은 돈 앞에서는 체면을 중시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한때 대기업 중역이었는데 어떻게 신문 가판대를 지키고 앉아있나"라는 생각은 아예 없다. 그들은 대신 수업료의 50%를 정부가 지원하는 재취업 교육에 꾸준히 출석하고,사이트에 들러 취업 정보를 확인한다. 실사구시 정신이다. 상하이가 '4050 프로젝트'로 중년 실업자 구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 중년 실업자들은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에 퇴직 않으면 도둑)'등을 운운하며 깡소주를 털어 넣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