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월급을 사취한 혐의로 지난 18일 전격 구속된 일본 쓰지모토 기요미 전 사민당 의원(여)이 비리사실 발각 후 쇠고랑을 차기까지 걸어온 행적은 궁지에 몰린 정치인의 상투적 대처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된 비서 월급을 본인들에게 제대로 주지 않은 사실이 지난해 3월 주간지의 폭로로 들통 나자 그는 우선 잡아떼기로 위기를 피해갔다. 그러나 포위망이 좁혀져 오자 "내가 미숙해서 그랬다"느니 옹색한 변명으로 보호막을 쳤다. 국회의원 배지를 반납한 후 펴낸 저서에서는 "나의 행위가 문제가 된다면 다른 국회의원들은 괜찮으냐"고 되물었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쓰지모토 전 의원의 구속에 대해서는 여론도 반응이 엇갈린다. 법과 현실을 몰라서 그랬다는 동정론이 적지 않은 반면 정당 차원의 조직적 사기 행위라는 비판도 상당하다. 일부 언론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는 정치인을 구속한 것을 놓고 시기와 배경이 묘하다고 지적한다. 일본 정치권이 국회의원들의 금전 비리로 곪아 있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최근 3,4년 동안에도 수뢰 사기 등의 혐의로 거물 정치인들이 줄줄이 철창신세를 졌다. 돈과 정치인의 함수 관계만 놓고 본다면 일본은 한국을 얕볼 자격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차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이트'라는 이름 아래 정치권을 끼고 한국에서 끊임없이 터진 초대형 금전 비리가 일본에는 없었다는 점이다. 수많은 서민을 좌절과 실의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상가 사기분양 사건에 집권당 대표와 정치인들이 돈을 받았다고 이름이 오르내리는 일은 일본 정가에서 보기 드문 소식이다. 검찰 소환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낯선 광경이다. 쓰지모토 전 의원의 구속은 한국 정치인들이 멀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침묵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