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첨단 정보기술(IT)분야에도 '산업 공동화'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7월17일자)에서 "미국은 전통적 제조업에 이어 첨단 IT기업들도 세계 각지로 사업부문을 이전하면서 IT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 조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특히 IT기업들의 해외 이전은 단순히 노동비용을 줄이려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적했다. ◆향후 10년간 일자리 3백만개 유출=미국 IT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상당수 업체들이 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가들에 콜센터 등과 같은 서비스 사업부를 설치,운영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같은 추세가 보다 가속화되고 있다. 오라클은 인도 방갈로르에 있는 연구개발센터 인력을 두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독일 SAP 미국 현지법인은 향후 3년 내 인도 지사의 인원을 현재의 두배인 2천명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말 인도에 총 4억달러를 투자,비즈니스 제휴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해외로 이전하는 사업부문이 단순 서비스 분야에서 전문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최근의 경향이다. 제너럴일렉트릭은 신용평가 보험분석 등 고도의 지식노동이 요구되는 IT사업부문의 일부를 인도로 이전했다. 최근에는 기술 혁신을 생명으로 하는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까지 해외로 나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기업들의 해외 진출 속도가 빨라지면서 IT산업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며 "향후 2015년까지 총 3백만개 정도의 IT 관련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통한 효율성 제고가 목적=IT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도 러시아 중국 등 개발 도상국들의 값싼 노동력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인도 방갈로르 지역의 프로그래머가 받는 임금 수준은 미국 프로그래머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IT기업들이 앞다퉈 해외로 나가고 있는 것은 단순히 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IT기업들도 전통적인 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세계적 공급망을 형성,장기적으로 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주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IT기업들도 자동차나 가전업체와 같이 디자인 신상품개발 등 핵심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은 인도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이뤄지는 형태의 분업이 정착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예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