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계 안팎에서 새로운 한국인 추기경 탄생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김수환 추기경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미 주교직에서 은퇴해 주교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등 국내에서 어떤 공식적 업무도 맡고 있지 않은데다 지난해 5월 만 80세를 넘기면서 교황에 대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상실, 사실상 상징적 존재로 남아 있을 뿐이다. 천주교 관계자는 "한국의 추기경이 교황선출 투표권이 없다는 것은 450만여명의신도를 갖고 있는 한국 천주교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 "하루빨리 또 한 분의 추기경이 나와야 한다"는 소망을 기회있을 때마다 피력하고 있다.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 다음의 고위 성직자로 무엇보다 교황 선거권과피선거권을 지닌다. 또 교황을 보좌해 세계교회의 중요문제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하고, 바티칸 시민권도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주교는 이런 권한이 없다. 제2 한국인 추기경 배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은 김 추기경이 지난 1969년한국최초로 추기경에 임명될 당시 80만명에 불과하던 천주교 신자수가 지금은 450만명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천주교 신자수가 정체 내지 감소추세에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천주교 성장세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세계 성체대회 등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등 최근들어한국 천주교가 아시아 및 세계 교회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며 위상이 높아지고있는 점도 추가 추기경 탄생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물론 신자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추기경의 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우리나라보다 신자수가 훨씬 적지만 추기경이 2명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 관계자는 "추기경은 교황청이 각 국가의 가톨릭 역사와 대내외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자수는 참고사항일 뿐절대적 기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교회내부에서는 새 추기경 후보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와 대구대교구장이문희 대주교,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 등이 거론되고있다. 그러나 47세에 마산교구장에서 일약 서울대교구장으로 발탁돼 추기경으로 오른 김 추기경처럼 예상밖의 인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