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이 법정관리 신속절차인 '사전정리계획안에 의한 법정관리(prepackaged bankruptcy)'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SK글로벌은 빠르면 내달 초 상장폐지된다. SK글로벌 국내 채권단은 해외 채권단과의 협상이 결렬됐다고 판단,'사전정리계획안에 의한 법정관리'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채권단은 이를 위해 오는 14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사전정리계획안에 대한 동의를 받고 18일 개최될 전체 채권단협의회에서 법정관리 신청을 결의할 계획이다. '사전정리계획안에 의한 법정관리'는 채권단이 법정관리 신청 전에 미리 회사정리계획안을 작성·의결하는 것이다. 법정관리 신청 후에 밟아야 하는 절차를 미리 끝내놓기 때문에 3개월 이내에 모든 절차를 매듭지을 수 있다. 한편 지난해 말 개정된 증권거래소 규정에 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장기업은 즉시 3영업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7영업일 후 자동으로 상장폐지된다. ◆국내·외 채권단은 왜 싸우나=해외 채권단이 물린 채권을 얼마나 물어줄 것이냐가 핵심 쟁점이다. 지난 9일부터 홍콩에서 열린 양측의 3차 협상에서 양측 주장은 너무 큰 차이를 보였다. 국내 채권단은 당초 주장했던 40%를 43%로 높여 제안했다. 반면 해외 채권단은 1백% 요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1백%+α'를 제시했다. 채권액 9천2백억원 가운데 72%는 현금으로,나머지 28%는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 사채로 물어주고 여기에다 현지법인 실사에서 청산가치가 낮게 산정된 자산에 대해 누락액만큼을 더 달라고 버텼다. 국내 채권단은 "이 정도면 협상할 의미가 없다"고 판단,10일 오전 협상장을 떠났고 그 길로 귀국해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국내 채권단은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크게 손해볼 것 없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단점이라면 △SK글로벌이 상장폐지되기 때문에 채권단 내에 출자전환을 꺼리는 분위기가 생길 우려가 있고 △또 하나의 지원 주체인 SK㈜와 SK텔레콤 이사회가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다. 반면 장점은 △해외채권단이 보증채권자로 분류돼 변제순위가 밀리게 되므로 이들에게 채권액의 10% 정도만 물어주면 되고 △연기금 등 비협약 채권자들에도 채권단과 똑같은 손실 분담을 요구할 수 있어 채권단의 채권 회수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때문에 국내 채권단은 해외 채권단이 대폭 양보하지 않을 경우 굳이 타협하려고 안달할 필요 없이 법정관리 신청을 하자는 분위기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