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동시분양에서 지난 2001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백가구 이상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빚어졌다. 분양권 전매금지의 영향으로 가수요자가 대거 이탈한 데 이어 실수요자도 내집마련을 서두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9일 실시된 서울 6차 동시분양 서울·수도권 3순위 청약접수 결과 7개 단지에서 1백33가구가 미분양됐다. 1백가구 이상의 미분양이 난 것은 2001년 10차(3백57가구)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단지 수 기준으로는 전체의 3분의 1,가구 수 기준으로는 전체(1천9백25가구)의 7%가 순위 내 마감에 실패하고 선착순 분양으로 넘어갔다. 올해 실시된 서울 1∼5차 동시분양의 미분양 물량이 모두 10가구 이하여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청약시장 급랭의 1차적인 원인으로 분양권 전매금지를 꼽았다. 이 조치의 영향으로 가수요자뿐만 아니라 목돈이 없는 무주택자들도 대거 청약시장을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개 단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소규모 단지였던 데다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도 미분양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RE멤버스의 고종완 대표는 "집값이 당분간 오르지 않을 것이란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실수요자들이 느긋해졌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무더기 미분양 사태를 계기로 서울 동시분양에서도 앞으로 인기단지와 비인기단지간 청약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닥터아파트의 곽창석 이사는 "6차에서도 강남권 단지와 개발 호재를 안고 있는 강서 마포 용산지역 단지들은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며 "입지여건이 좋아 차익이 기대되는 곳에는 여전히 청약자들이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앞으로 입지여건이 떨어지거나 단지 규모가 작은 곳을 중심으로 분양가 인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