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 5만여명이 9일 둥젠화(董建華) 행정장관 사퇴와 보통선거 전면 실시 등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에 따라 중국 지도부는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인식아래 중간 간부 수십명을 홍콩으로 파견해 본격적인 여론 수렴에 들어갔다. 형광봉과 촛불을 든 시민들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입법회 주변 도로에 모여 `기본법 23조(국가안전법)' 입법 반대와 둥젠화 사퇴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이번 입법회 포위 시위는 지난 7일 둥 장관이 국가안전법 입법 강행 방침을 전격 철회하면서 예상보다 규모도 줄어들고 구호 내용도 변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홍콩의 인권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의규모가 5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한 반면 경찰은 3만5천명 정도로 추산했다. 또 시위대는 `국가안전법 입법 중단' 요구에서 벗어나 홍콩 특구 행정장관과 의원들을 새로 선출하기 위한 '보통선거 전면 실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에 앞서 홍콩 시민 50만명은 지난 1일 둥젠화 행정부의 국가안전법 입법 강행방침에 맞서 1989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규모의 가두시위를 벌였었다. 입법회 현관 문앞까지 몰려간 시위대는 임시회기를 마친 친정부 소속 정당 의원들이 버스편으로 입법회 건물을 빠져나가자 일제히 야유를 하며 비난했다. 홍콩 정치전문가들은 "둥 장관은 시민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온건노선의 대책을마련하고 있다"면서 "이번 시위는 그에게 별다른 압력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홍콩의 정치적 위기가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보고 각계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수십명의 당국자들을 홍콩으로 파견했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과 외교부, 국가안전부, 각급 정보기관 등의중간 간부들은 지난 7일부터 줄줄이 홍콩에 도착해 정보수집에 본격 들어갔다. 친중 진영 인사들은 "중국 당국자와 비밀 당원들이 둥 장관에 대한 각계각층의입장과 대책 등을 질문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심각한 표정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재야단체들은 오는 13일 차터로드에서 `보통선거 실시'를 요구하기 위한 대규모 민주화운동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홍콩=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