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시간 30분의 격론 끝에 경영진이 제출한 4억5천만달러 외자유치 계획을 부결한 하나로통신 이사회는 3일 오후 2시30분시작될 때부터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하나로통신 이사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하나로통신 인터넷데이터센터 건물 1층 입구와 복도에서는 노조가 "타도! LG"라고 새겨진 머리띠를 두르고 막대 풍선을 두드리며 연좌 농성을 벌인데다 `외자유치 무산시 파업 불사' 결의까지내놔 긴장감이 더욱 고조됐다. ○…하나로통신 노조원 100명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인 이날 오전 ㈜LG 본사 사옥이 있는 서울 여의도 LG트윈 타워 앞에서 LG그룹의 하나로통신 경영권 장악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어 이사회장인 서울 서초동 하나로통신 인터넷데이터센터에 모인 500명의 노조원들과 합류, 이사회가 끝나고 경영진이 회의결과를 설명할 때까지 연좌농성을 벌였다. ○…하나로통신 노조는 이날 오후 이사회장 건물 로비에서 임시 조합원 총회를 열어 이 회사 경영진이 추진중인 외자유치 계획이 최대주주 LG그룹의 반대로 무산될 경우 파업도 불사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관계자는 "LG그룹이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보다 외자를 유치하는 방안이 낫다고 보는 이유는 LG그룹의 말에 신빙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LG그룹이 과연 하나로통신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사외이사들은 `너무나 결정하기 어렵다'며 LG, 삼성, SK 등 주요주주 3사끼리 입장을 조율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외자유치를 찬성하는 경영진, 삼성, SK와 이를 반대하는 LG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려 갈등이 계속되자 결국 표결에 들어갔다. 이인행 부사장, 김진덕 전무 등 경영진과 SK텔레콤 김신배 전무, 삼성전자 홍순호 전무 등 4명이 찬성표를 던지고 남영우 KIDC 사장, 서사현 전(前) 파워콤 사장등 LG그룹측 인사 2명을 포함해 4명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2명은 기권했다. ○…이날 참석한 이사들은 오후 8시께 표결을 끝낸 직후 주변에 알리지 않고 `몰래'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사들이 건물을 빠져나간 사실이 30여분 후 뒤늦게 알려지자 흥분한 노조원들이 회의장으로 몰려가 이인행 부사장과 김진덕 전무의 면담을 요구했으며 이 부사장과 김 전무는 노조원들에게 이사회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이 부사장과 김 전무는 회의장 건물 로비에 모인 노조원들에게 "LG측이 하나로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확약했으며 앞으로 투자금 5천억원 전액을 하나로통신에 투자해 회사 발전을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노조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 간간이 야유 소리가 들리기도 했으나 노조원들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설명에 귀를 기울였으며 오후 9시 40분께 이 부사장과 김 전무가 설명을 마치고 인사를 할 때는 박수로 이들을 배웅한 뒤 김영록 노조위원장의 정리 인사말을 끝으로 집회를 해산했다. ○…이날 외자유치안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하나로통신 이사회의 합리적인 결정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짤막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LG는 "오는 8일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하나로통신의 재무구조 개선과 차입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될 5천억원 유상증자 방안이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며 LG는 이미 약속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