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와 짜고 수십억원의 고객예탁금을 빼돌린 은행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남부경찰서는 3일 사채업자와 짜고 고객들의 예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K은행 과장 라모(38)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라씨와 공모한 강모(49)씨 등 사채업자 3명과 자금세탁을 도운 박모(48.7급공무원)씨등 4명을 불구속입건하고 달아난 사채업자 8명을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라씨는 지난달 11일 자신이 일하는 은행 지점에서 서모(건물임대업)씨가 통장에 입금한 5억5천만원을 곧바로 인출한뒤 인출기록을 통장에 남기지 않는 수법으로 빼돌린 혐의다. 라씨는 이어 다음날 인모(대부업)씨가 계좌에 입금된 15억원을 수표로 인출하자전산입력되지 않은 15억원권 자기앞 수표 1장을 인씨에게 발행해 준 뒤 정상적으로발행한 1억원권 자기앞 수표 15장도 빼돌렸다. 라씨는 또한 자기앞수표 110만원권 2장을 각각 16억원으로 허위 기재해 32억원을 빼돌리는 등 모두 52억5천만원의 고객예탁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라씨는 사채업자들에게 3개의 대포통장(명의만 빌린 통장)에 200억원씩 모두 600억원을 입금해 주고 그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하고 범행했으며, 외국으로 도피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라씨를 사주한 사채업자들은 경찰의 수사에 대비해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이용했으며 자금세탁과정에서 은행 폐쇄회로 TV에 찍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사채를쓰려는 사람들을 이용해 자금 세탁을 하는 등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밝혀졌다. 불구속된 박씨는 사채를 빌려쓰러 갔다가 '통장을 개설한 뒤 입금한 돈을 찾아주면 대출을 해주겠다'는 사채업자의 말을 듣고 자신의 통장을 이용, 자금세탁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