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토지 없는 농민의 농장 및 공공건물 무단 점거사태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에게는 최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룰라 대통령은 2일 대통령궁에서 40㎞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토지 없는농업노동자 운동(MST)' 소속 농민들이 800㏊ 규모의 농장을 습격하는 등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MST 지도자들과 긴급 회담을 하고 진화에 나섰다. 이 농장 주인인 기업가 마리우 지나투는 "좋든 싫든 간에 그들은 내 땅을 떠나게 될 것"이라면서, 자체 경비를 위해 동원한 무장 경호대가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 대형 유혈사태 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수도 브라질에서 북동쪽으로 1천600㎞ 떨어진 베르낭부쿠주(州)에서 MST 점거시위를 주도하는 루이자 페헤이라 다 실바는 룰라 대통령과의 회담과 관련해 언론회견에서 "이번 회담에서 내가 유일하게 듣고 싶은 말은 우리는 승리해 농지개혁을 개선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음식을 얻기 위해 4대의 트럭 습격에 참여하는 등 지금까지 60여차례에 걸쳐 토지무단점거를 이끈 그녀는 "(정부로부터) 더는 습격이나 토지 점거는 불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면서, 이번 사태의 책임은 농지개혁 약속을 지키지 않고빈민층에게 식량을 배분하지 않고 있는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에 따르면 MST 소속 농민들이 현재 브라질 전역의 20개 주 100여 곳에서 농장 습격과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984년 설립된 MST는 그동안 35만가구가 토지점거를 통해 600만㏊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확득했다고 주장한다. 또한8만 가구가 야영생활을 하며 정부의 토지분배를 기다리고 있다고 MST는 밝힌다. 지난주 룰라 대통령은 정부가 극빈층을 위해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비난에직면하자 54억 헤알(미화 19억 달러)을 서민생계용으로 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룰라 정부는 MST 소속 농민에게 새 정부가 토지 재분배와 주택 제공을 할 수있는 시간을 달라며 시위 자제를 촉구해 왔다. 이번 룰라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MST 지도부는 토지 재분배 체제를 철저히 개혁하고 시골에서 토지분배를 기다리는 빈농들이 하루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요구한것으로 알려졌다. MST는 브라질 첫 좌파 룰라 대통령에 대해 신속한 토지개혁을 기대하며 올 2월말까지 토지점거 시위를 일시 중단했다. 그러나 룰라 정부의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않자 `무작정 기다리기에는 너무 배가 고프다'며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위를 재개했다. MST는 경작할 수 없는 토지를 점거하는 것만이 정부가 토지개혁을 단행하도록압력을 가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지난 85년부터 지속적으로 토지 및 공공건물 무단점거 시위를 벌여왔다. 현행 브라질 법에는 경작되지 않는 땅은 농지개혁 목적으로 개인들이 점거할 수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MST 소속원이 점거하는 농장은 정부에서 경작할 수 없는땅으로 분류되지 않는 땅이 대부분이라 MST와 농장주들의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96년에는 아마존 유역의 개인농장에 무단 정주해온 소작농 19명이 집단 학살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 강제퇴거 작전에 투입됐던 경찰관 155명이 집단으로 기소될 정도로 MST 토지점거 시위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돼왔다. 세계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심한 국가들 중 하나로 꼽히는 브라질은 전체 인구의 20%가 전체 경작지의 90%를 독점하고 있고, 반면 최빈층 40%는 경작지의 단 1%만소유할 정도로 농지 분배가 불균형적으로 이뤄져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