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 분양가가 부메랑이 되어 건설업계에 돌아오고 있다. 분양권 전매금지로 아파트 분양시장이 침체를 이어가면서 소비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높은 분양가를 제시한 아파트들이 실수요자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있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주변 시세보다도 높은 분양가를 제시한 신규 분양아파트들의 청약접수가 극히 저조해 3순위 접수에서도 청약이 미달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669가구를 분양한 남양주 평내 금호 어울림의 경우 1순위에서 241가구가 미달된데 이어 2순위, 3순위에 가서도 청약접수를 다 채우지 못해 끝내 29가구가 미달되고말았다. 수도권에서 유명 브랜드의 아파트가 3순위에서도 미달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이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남양주 평내 금호 어울림의 분양가는 1년전에 이 지역에서 분양된 아파트보다 평당 100만원 이상 높아진 가격으로 일반아파트는 물론 인근 분양권 시세보다 높은가격이다. 남양주 평내동 행운공인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금지가 시행된 후에도 예전의 높은 분양가를 고집한 것이 화근이었다"며 "실수요자 눈높이에 맞춰 분양가를 낮췄다면 청약자가 훨씬 많이 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시 소사구 괴안동에서 분양에 나선 트윈파크 아파트는 1순위 청약이 16명에 그쳐 전체 72가구 청약접수에서 56가구가 미달되는 사태를 겪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동신아파트를 제외하고는 21평형 매매가가 1억원을 넘지않는 괴안동 지역에서 21평형 분양가를 1억3천만원대로 정한 '배짱'을 실수요자들이 거부한 것. 괴안동 믿음공인 관계자는 "새 아파트지만 1억3천만원대는 상당히 비싼 가격"이라며 "브랜드와 단지수가 상대적으로 열세인데다 분양가까지 높아 실수요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안산에서 6차에 걸쳐 분양을 진행하며 텃밭을 단단히 일구어 놓았던 대우건설도 이번에는 실수요자들을 가볍게 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안산 고잔6차는 1천790가구 분양에 9천400여명의 청약자가 몰려 1순위에서 5.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이번 7차 분양에서는 1순위에서 153가구 미달 사태가 나고 말았다. 같은 평형의 분양가가 반년새 2천만원에서 최고 4천만원까지 높아지자 실수요자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체들이 달라진 시장 환경을 깨닫지 못하고 실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적정한 분양가를 내놓지 못할 경우 신규 분양의 실패는 정해진 수순이라고 경고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몰려드는 가수요를 이용해 높은 분양가를 실수요자들에게 강요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며 "실수요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분양가를 낮추는 업체만이 분양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