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공권력 투입이라는 초강수를 둔 데는 복합적인 배경이 깔려있다. '참여정부가 노조를 지지세력으로 보고 정치적인 타협을 거듭해온 결과 경제를 더욱 위기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국내외 경제계의 우려 목소리를 의식해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 여론향배에 민감한 참여정부가 국민의 발을 묶는 철도파업이 여론지지를 전혀 받지못한다는 점을 의식하고 노조를 밀어붙이기로 결정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7일 '노동자들의 자율이 보장된 이상 (불법파업도 눈감아주는 등)특혜도 해소돼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이 내각의 분위기를 '강경대응' 쪽으로 틀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그동안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며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표방하던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지만 '불법파업이라도 일단 대화부터 한다'는 종래의 정책에선 탈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 대응은 '선파업 후협상'에 맛을 들인 강성노동계 버릇고치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참여정부 들어 처음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공권력을 투입한데 대해 재계는 일단 긍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노동계를 정치적인 지지세력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일시적인지,노동정책의 대전환인지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노동계는 '참여정부와의 결별불사'라며 총력투쟁을 외치고 있지만 내심 고심하는 빛이 역력하다. 민노총이 주도하는 강성노동계는 정부의 예상치 못한 강공과 현대자동차 노조의 산별전환(금속연맹 노조 가입) 실패 등에서 드러났듯이 현장 노동자들의 지지철회 움직임이라는 역풍을 만났기 때문이다. 강성노동계가 이 복합적인 사태 전개를 놓고 '투쟁강도를 높일 국면'으로 해석할지,'유화국면으로의 전환불가피'로 해석할지에 따라 '하투'의 전개양상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노동계가 투쟁강도를 높이더라도 현재 산업현장의 분위기로 봐선 30일과 내달 2일 각각 시작되는 한국노총,민주노총의 총력투쟁 열기는 높지 않을 전망이다. ◆노·정 정면 충돌 국면=철도노조 파업에 정부가 공권력을 사용함으로써 노정 관계는 단기적으로 급랭할 수밖에 없게됐다. 민주노총은 공권력 투입에 반대하며 대정부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29일 정부가 지난 4월20일 철도노조와의 합의를 뒤집고 철도파업에 경찰력을 동원한 것은 '배신'이라며 개별사업장의 임단협파업을 대정부투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조흥은행 파업을 놓고 정부측과의 물밑 협상을 이끌었던 한국노총도 이번 철도사태를 계기로 30일 10만명의 조합원을 대거 동원,강력한 총파업투쟁을 벌인다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김진표 부총리는 29일 "현시점에서 철도파업사태는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아 노정충돌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주동자를 전원 사법처리하는 등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현장 열기는 높지 않을듯=이번 공권력투입 파장은 당장 노정간 충돌로 나타나겠지만 산업현장에 미치는 열기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철도파업이 임금이나 근로조건 문제보다 철도구조개혁개선 등 정치적 제도적 이슈 때문에 빚어져 개별사업장들이 동참하기는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자동차 대우조선노조 등 대형 사업장들의 산별전환이 무산되는 등 노조원들이 집행부의 강경노선에 잇따라 반기를 드는 분위기에서 민주노총이 벌이는 총력투쟁 열기는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조합원들도 이제 임금인상 등 자기의 근로조건과 직접 관련이 없으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추세여서 올해 산업현장의 노사관계는 의외로 안정을 보일수도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