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권의 등장은 항상 국민들에게 변화에 대한 신선한 기대와 희망을 품게 한다. 그래서 새 대통령의 취임일은 경축 분위기이게 마련이고,방방곡곡에서 모인 각계각층의 국민이 참석하는 경축식은 희망의 축제가 되는 것이다. 이번 정부는 그 이름도 참여정부로 지어 온 국민의 참여 속에 모두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정부가 될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이번 정부에 거는 국민적 여망과 시대적 요청은 무엇인가? 계층과 직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크게 보아 세 가지다. 그 첫째는 확고한 국가안보이고,둘째는 활력있는 경제며,셋째는 국가적 통합이다. 국가안보에 있어서는 설마 불행한 일이 일어나겠는가 하는 막연한 기대가 만연한 가운데 장성들의 각종 수뢰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통합도 진전이 없다. 반쪽으로 나뉜 지지세력과 소위 코드를 맞출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이 틀어진 세대들을 싸안으며 국익을 우선시하는 통합의 정치를 펼칠 것을 기대했던 여망은 물거품이 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의 축제가 끝나기가 무섭게 언론과의 지루한 쌈질이 계속되고 있고,정부부처에 개혁세력 그룹을 따로 만든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 와중에 교장단과 전교조는 사생결단으로 싸우고 있고 노사관계도 이를 닮아가고 있다. 집권당 내에서도 신당이니 구당이니 해서 퉁탕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이 모두는 분명 통합과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들이다. 이 와중에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상적으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능력에 맞는 직장을 가질 수 있고,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일하면 일정 수준의 생활과 자녀교육,그리고 노후를 위한 약간의 저축이 가능해야만 서민에게 희망이 있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직장 찾기와 그 부모들의 직장 오래 버티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경제정책은 그 우선 순위에 있어 뒷전에 밀려나있다는 느낌을 숨기기 어렵다. 또한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경제 청사진도 구경하기 어렵다. 이 와중에 정부가 내놓은 각종 정책들은 그 우선 순위와 구체성,그리고 기대효과에 있어 면밀한 고민과 깊이있는 전문적 판단보다는 구호성이 짙고 인기영합적인 정책들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우선 우리 경제정책의 고질인 '박카스정책'이 지속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우면 그 근본 원인을 따져 이를 치유하려들기보다 우선 당장의 피로를 풀고 뭔가를 했다는 표시를 남기기 위해 '박카스'를 들이대는 것이다. 경기가 가라앉자 카드 남발이라는 박카스를 연달아 들이켰고,수출이 이런저런 이유로 어려워지자 내수형 서비스산업에 돈을 퍼붓는 식이다. 건물마다 들어선 노래방과 학원,그리고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각종 종교시설이 우리의 3대 서비스산업이라는 조소적인 우스갯소리도 소용이 없다. 다음으로는 '보톡스정책'이 인기를 얻고 있다.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고치기보다는 일시적인 미용효과를 위한 겉치레성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주로 이런저런 위원회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인천 송도지역에 보톡스를 한 방 놓는다고 해서 우리경제가 동북아 경제중심이 되기는 어렵고,이 좁은 나라에 골고루 산업기반을 만들어 놓겠다고 지역마다 보톡스를 한 방씩 놓는다고 해서 장기적인 산업기반이 갖춰지기는 쉽지 않다. 동북아 경제중심이 되고 지역의 산업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체 경제시스템을 바꾸고 그 틀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적인 노력과 기업의 자유로운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 정도다. 노사문제 재벌문제 과학기술문제 등 다양한 분야의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 이번 정권이 해야 할 일은 경제의 질서를 잡으면서 우리의 교육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고치는 일이다. 우선 노사문제를 사안별로 무원칙하게 접근해서는 곤란하며 국가적인 원칙을 세우고 이에 대한 예외가 없어야 한다. 교육 분야에도 공정한 평가와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이를 기준으로 선별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이고 파급효과가 광범위한 국가 도약의 돌파구가 하루빨리 제시돼야만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 drcylee@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