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 북한을 방문했던 커트 웰던(공화.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 속에서 일종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방북 후 부시행정부에 북한의 반응과 의중을 전달했던 그가 이번 주에는 또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의 한성렬 차석대사를 만날 예정이다. 26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웰던 의원은 25일 한미동맹 체결 50주년을 기념하는 한 만찬모임에서 이렇게 밝히고 자신이 제안한 "2단계 해법이 협상의기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입장은 미국이 주장하는 다자회담과 북한이 요구하는 양자회담을 절충한 형태로 북-미를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업저버로 참여하는 '다자 속 양자회담'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웰던 의원이 5월말 방북해 평양측에 제시했던 2단계 10개항의 북-미 관계 개선안은 아직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그의 방북 시점이나 앞으로의 그의 일정으로 미뤄볼 때 부시행정부의 입장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의회에서 국가안보위원회를 이끌고 클린턴행정부 때부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그의 의정 경력으로 봐도 그가 순수 개인 자격으로 방북했다기 보다는 미 정부 및 의회 핵심 그룹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그는 미 의회 내에서 국방비 증액 특히,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에 적극적인입장으로 클린턴행정부 때인 95-96년 MD 예산 증액을 강력히 요청해왔다. 2000년 북-미 관계가 해빙기에 들어서고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면서 MD 무용론이 확산될 때도 그는 개인 명의의 성명 등을 통해 미사일방어망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부시행정부가 출범하는 때인 2001년 2월에는 미국 의회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미사일 방어기술 공동개발을 제의하는 조지 W.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그는 또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2001년3월 김 전 대통령에게 한국의 언론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대북 강경론자의 모습을 띠던 그가 부시행정부의 대북 메신저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은 2002년 4월이었다.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의 특사 방북과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 대사 일행의 방북 직후였다. 그러나 북한의 거부로 방북이 무산된 지난해 5월29일 그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과 북한 간에 '선의의 가교'를 놓으려는 희망을 이제 포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올 1월 그는 다시 방북을 추진했고 마침내 베이징(北京) 3자회담 이후 북핵사태 해결을 위한 당사국들 사이에 물밑 조율이 진행중이던 지난 5월말 평양을 방문했다. 앞으로 그의 역할과 북-미 관계 개선 여부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