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축구가 사상 첫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안종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1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경기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3-4위전에서 박은선의 퇴장으로 10명이 싸우는 불리함을 뚫고 전반 17분 터진 황인선의 결승골을 끝까지 잘지켜 일본을 1-0으로 꺾었다. 3위를 차지한 한국은 오는 9월 미국에서 열리는 2003여자월드컵축구 본선 티켓을 거머쥐며 한국축구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여자축구가 한국에 도입된 지 10여년에 불과하지만 '태극낭자'들은 투혼을 불태운 끝에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게 됐다. 이날 경기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아시아 정상권의 일본은 한 수 앞선 개인기와 스피드는 물론 노련미를 지닌 팀으로 한국이 넘기엔 아직 힘이 부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의 낭자들은 '이가 없으면 잇몸'의 자세로 투지를 보였고 반칙도 서슴지 않는 거친플레이로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는 작전으로 일본의 높은 벽을 넘었다. 한국은 일본과의 A매치에서 5무8패로 절대 열세에 놓였다 이날 처음으로 승리를 신고했다. 한국은 전반 시작과 함께 공세에 시달렸만 위기를 잘 넘기다 17분 귀중한 결승골을 뽑았다. 왼쪽에서 길게 올라온 센터링이 혼전 중 일본 수비수 몸에 맞고 골지역 부근에 흐른 것을 황인선이 강슛, 그물을 갈랐다. 일본은 수차례 날린 결정적인 슛이 한국의 골키퍼 김정미의 선방에 걸리는 등 전반 10개의 슛을 날리고도 헛심을 썼지만 한국은 단 2개 중 하나를 적중시켰다. 이지은의 투톱 파트너였던 박은선이 5분 골라인 밖에서 상대를 걷어차는 어이없는 반칙으로 퇴장당한 뒤 후반은 더더욱 일본의 일방적인 경기로 진행됐고 골문에 잔뜩 진을 친 한국은 발 앞에 떨어진 볼을 걷어내기에 바빴다. 그러나 19분 마루야마의 슈팅이 골문을 살짝 빗겨가는 등 일본은 좀체 한국의 골문을 열지 못했고 한국은 수세를 흔들림없는 집중력으로 방어했다. 일본은 44분 고바야시가 아크 부근에서 날린 회심의 중거리슛이 골문을 외면하면서 좌절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안종관 감독과 선수들은 한데 엉켜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한국 응원석에서는 '대~한민국'이 그치지 않았다. 한편 이어 열린 결승전에서 북한은 후반 인저리 타임에 얻은 페널티킥으로 중국에 2-1 승리를 거둬 우승컵을 안았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