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EO포럼은 사회적 갈등이 더 확대된다면 우리 경제가 중남미형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정치지도자들이 잘못 제시한 청사진을 버리고 새로운 비전과 원칙을 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국CEO포럼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경영인 1백7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 우리 경제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확산되는 사회적 혼란과 계층간 분열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는다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결국 다음 세대에게 가난을 다시 물려줄 수밖에 없으리라는 위기감과 비관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일시 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우리는 노사간 첨예한 이해상충과 이에 대한 정책 혼선, 가계 부채 증가로 인한 금융 불안의 확산, 투자부진과 청년 실업의 확대 등으로 성장 활력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여기에 북핵문제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의 불확실성 등은 국내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 주체들이 혁신과 개방을 통한 지속적 성장에 합의하고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전에 볼 수 없었던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진보와 보수, 근로자와 사용자, 기성세대와 신세대, 그리고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적 논리와 이익집단의 충돌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확대되고 있다. ◆ 과거보다는 미래, 분열보다는 통합을 향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과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 13위의 경제규모를 갖춘 민주국가로 발전해 왔다. 과거 성장 과정에 누적돼 온 부정부패, 적법하지 못한 부의 축적과 세습, 환경, 빈부격차 및 지역간 불균형 문제 등은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이 상대적으로 심각하고 해결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문제는 사회적 통합과 국민적 합의하에서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성장을 추구해 나갈 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선진국의 경험이다. 최근 일부 이익집단들이 본연의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정치적 동기로 본연의 역할마저 변질시키고 사회 분열과 갈등을 확대시킨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결과는 사회 전체의 공멸뿐임을 인식해야 한다. 합리적인 세제개편, 공정 경쟁질서의 정비,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기업 투명성 강화 등 과거 누적돼 온 제도와 관행의 문제점을 교정하기 위한 정책에 대해 기업의 투자마인드 저해 등의 이유로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태도 역시 반시장, 반기업적 계층을 확대시키고 사회통합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이제 모든 이해당사자, 이익집단, 그리고 수많은 시민연대들은 자기 중심적 주장만을 앞세우기보다는 자신의 역할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먼저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 ◆ 기업인들이 먼저 변화를 추구하고 사회 통합에 나서겠다 한국CEO포럼은 2년전 시장경제 질서의 확립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에서 출범했다. 그러나 지금 모든 회원들은 기업을 둘러싼 낡은 제도와 관행의 개선, 그리고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그룹의 공정한 대우를 위해 과연 얼마나 힘써 왔는가, 과연 변화를 추구해 왔는가 하는 점에서 볼 때 스스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 우리 전문경영인들은 이러한 반성의 기초 위에서 근로자와 함께 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고쳐 나갈 것이다. 혁신을 통해 고용을 확대하고 성장과 사회 통합에 기여할 것을 다시 다짐하는 바이다. ◆ 정부의 새로운 비전 제시와 성숙된 국민 의식이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시장 기능을 강화하는데 진력하는 한편 정부의 역할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가 해서는 안되고,또 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이해관계 집단에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국민에게 잘못 제시된 청사진이 있었거나 달성 불가능한 기대를 심어줬다면 지금이라도 이를 바꾸어야 한다. 행정부가 혁신에 앞장서고 작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서 민간부문에 진정한 구조조정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법과 질서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나아가 대통령과 정치지도자들이 국가발전에 관한 비전과 원칙을 새로이 제시하고 국민의 합의와 신뢰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지금은 모든 국민이 잠시 자기 주장과 자기중심적 비판을 접고 먼저 자신의 역할을 성찰하고 스스로 혁신에 앞장서는 성숙된 국민의식을 보여야 할 때이다. 2003년 6월20일 한국CEO포럼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