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노조(위원장 최윤석)가 민주노총의 공동 요구안과 파업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조합원 정서에 맞는 실리 위주의 임금협상을진행해 '과격노조'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 20일 현대중공업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임금협상에서 ▲임금 12만8천433원(기본급대비 9.6%) 인상 ▲고용안정협약서 체결 ▲성과급 200% 고정급화▲의료혜택(외래진료 추가진료) 등 4가지를 회사측에 요구했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금속연맹이 올해 임단협에서 공동요구안으로 내놓은 주5일근무제 실시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노조가 상급단체의 공동요구안을 들고나오지 않은 것은 이 문제들이 정책적으로해결돼야 하는 것인데다 회사의 실정과 조합원들의 정서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의 경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안보다 현대중공업노사간의 단체협약이 훨씬 낫기 때문에 조합원들 사이에 "손해볼 수 있으니 섣불리 건드리지 말라"는 정서가 강하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차별철폐 문제도 사내 비정규직 근로자가 1만5천여명이나 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작업환경이 다르고 비정규직 스스로 '협력업체'로 만족하면서 노조의 개입을 바라지 않는 분위기다. 노조는 그러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조합내 '고용대책부'에서 이들에 대한 작업환경 개선과 임금 및 복지혜택 등을 연구,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또 민주노총의 7월초 총파업 일정에 대해서도 "조합원들의 참여는 안되는 분위기"라며 동참할 수 없음을 밝히고 다만 집행부만이라도 동참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같은 실리적인 요구로 협상에서도 당당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협상에서 노조는 "상급단체의 공동요구사항을 요구안에 포함시키지 않는등 독자적으로 협상하고 있는 만큼 회사도 외부의 눈치를 보지말고 소신껏 제시안을내놓으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민주노총과 금속연맹의 올해 공동요구안이 우리회사의 실정과조합원 정서에 맞지 않아 요구안에서 제외시졌다"며 "그러나 상급단체의 투쟁에 협조,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88년 128일 파업, 90년 28일 파업, 94년 63일 파업 등 90년대 중반까지 '최대의 폭발력'을 가진 민주노총의 선두주자로 국내 노사분규를 주도해 왔으나 노조의 실리위주와 회사의 적극적인 대처로 95년 이후 무분규를 이어오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기자 sjb@yonhapnews